5일 오후 두시 정각. 이명박 전 대통령 선고가 예정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고요한 정막이 흘렀다. 150석의 방청석은 가득 찼지만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법정 질서를 설명하는 안내방송만이 대법정안에 메아리처럼 반복됐다.
헌정사상 역대 네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의 선고 공판 분위기는 열렬 지지자들이 몰린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날 비가 오기도 했지만 선착순 방청권 교부를 받기위한 줄도 박 전 대통령 때보단 현저히 적었다.
대신 법정에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재판 시작 30분 전부터 방청석 맨앞줄을 차지하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의 공판에 참석한 최측근 이재오 전 의원부터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효재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윤진식 전 사업자원부 장관 등 MB정부 주요 인사들이 나란히 앉아 재판을 기다렸다.
이 전 대통령의 가족은 눈에 띄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공판에 참석해 법정에서 부친과 인사를 나눈 이 전 대통령 딸들도 이날은 볼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 법정에서는 이 전 대통령 장남 이시형씨가 마약 투약 허위 사실을 유포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상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예정된 상태였다.
오후 2시2분 정계선 부장판사가 이끄는 형사합의27부 재판부가 입정하고 곧바로 재판이 시작됐다.
공판 기일에 꾸준히 참석했던 이 전 대통령은 바로 전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날 선고 공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이 TV생중계로 전국민에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낀 결정으로 보인다.
정 판사는 2시 02분부터 한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긴 판결문을 지체없이 읽었다. 의혹 제기부터 이날 선고까지 11년간 이어진 ‘다스(DAS) 실소유주’ 논란에 대한 답도 바로 이 판결문에 있었다.
정 판사는 다스 임직원 진술 과 물적 증거 등을 종합하면서 담담하게 “피고인이 다스 실소유주란 사실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론을 이끈 강훈 변호사는 시종 큰 미동없이 재판부의 말을 청취했다. 그러나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징역 15년형의 1심 결과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강 변호사는 이날 바로 접견 신청서를 제출해 구치소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을 면회할 계획을 밝혔다. 항소 입장도 이 전 대통령과 접견에서 논의 끝에 밝힐 계획이다. 반면 검찰은 무죄가 나온 부분에 대해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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