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오전부터 내린 비가 그치자 혜화역에 6만명(주최 측 추산)의 여성들이 모였다. 사법부를 겨냥한 다섯번째 ‘성(性) 편파판결’ 규탄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서 조직돼 시위를 주도한 ‘불편한용기’ 측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제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를 열었다. 지난 8월 열린 4차 시위를 광화문광장에서 열었다가 다시 ‘원거점’인 혜화역으로 돌아온 것이다.
종전 ‘불법촬영 편파판결 규탄시위’에서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로 이름이 변경된 만큼 이날 시위는 편파판결에 더욱 초점이 맞춰졌다.
성명서에는 “수많은 여성이 불법촬영 범죄 등의 피해자가 돼 죽어갈 떄 사법부는 피해 여성을 두번 죽이는 칼이 됐다”며 “판결이라는 절대권력을 휘둘러 여성들을 탄압해 온 사법부는 편파판결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입법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132개의 여성혐오 범죄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라”며 “특히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 해당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도록 구체적인 법조항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편파판결 규탄한다” “성범죄자 앞날따위 관심없다”, “가해자편 사법부도 가해자다”, “편파판결 상습판사 각성하라”라는 구호와 함께 제주, 광주, 울산지법 소속 판사 4명의 실명을 외쳤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해 규탄 문자를 보내는 ‘문자총공’ 퍼포먼스도 벌였다. 성범죄 가해자들의 처벌을 엄하게 하라는 의도에서다.
이날 시위에는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27)씨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성관계 영상)’ 논란도 언급됐다. 전 남자친구와의 폭행 사건으로 조사 중인 구씨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성관계 동영상으로도 협박 받았다며 고소한 상태다.
무대에 오른 주최 측 관계자는 “불과 시위 며칠 전 한 남성이 헤어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사회는 ‘그런 사람을 만난 네 잘못이다’, ‘여자가 조신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를 비난했고 심지어 남성들은 해당 영상물을 보려 필사적으로 인터넷을 뒤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는 방어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남성들의 편파적인 시선이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위에는 ‘리벤지 포르노 찍는 놈, 올리는 놈, 보는 놈 모두 강력처벌’과 함께 구씨의 전 남자친구의 이름이 적힌 손팻말들이 등장했다. ‘내가 당했다면 네가 나와줬겠지 내 일이 없더라도 나는 네가 안전하기를 기도한다’, ‘혼자 울지마 힘이 돼줄게’ 등 연대를 다짐하는 내용의 손팻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을 촬영하는 일부 남성 인터넷 스트리머들을 향해서는 “우리들은 이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찍지 마!”를 계속해서 외쳤다. 일련의 혜화역 여성 시위에 제기된 ‘과격시위’, ‘성 갈등 조장 시위’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이들은 “남성 중심 대형 커뮤니티에 속바지 사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삼일한(여자는 하루에 세번 맞아야 된다는 뜻)’의 용어들이 쓰이고 있고 이것이 사회 현실”이라며 “이 자리에 있는 분들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가 낸 목소리가 과격한가”라고 반문했다.
2차 시위부터 계속해서 진행된 삭발 퍼포먼스는 이번 시위에도 예정됐으나 당일 강한 바람으로 취소됐다. 대신 아들 출산시 대문 앞에 걸었던 ‘금줄’을 잘라 짓밟거나, 연단에 올라 시위를 안내하던 한 스텝이 직접 단발로 머리를 자르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