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한 ‘재생에너지 3020(RE3020)’ 이행계획안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10% 미만에서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풍력 발전 설비도 현재 1200MW에서 2030년까지 1만7700MW로 확대 설치해야 한다. RE3020 발표 직후 울산시가 풍력발전에 가장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울산 앞바다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단지 조성’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이 사업의 설계와 기술개발을 울산테크노파크 김정훈 에너지기술지원전문센터장(50)이 맡고 있다. 5일 그에게서 사업 구상을 들어봤다.
―울산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어떤 사업인가.
“물 위에 떠 있는 형태의 부유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총 발전용량 200MW의 발전단지를 울산 앞바다에 조성하는 것이다. 26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적합지를 찾기 위해 올 6월부터 바람 속도, 지반 상태, 전파 영향, 선박항로, 경제성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울산이 적합지인가.
“울산 동쪽 바다에는 수심 100∼200m의 너른 대륙붕이 펼쳐져 있다. 이런 해역이 한일 중간선까지 울산시 면적의 4배인 4400km²에 이른다. 울산에서 50km 떨어진 단지 예정지 해역의 80m 높이에서 측정한 풍속은 초속 7.5m(기상청 자료)∼9m(에너지기술연구원 조사)에 이를 정도로 양질이다. 울산에서 58km 떨어진 해역에는 동해가스전의 플랫폼이 있다. 여기에 풍력발전단지를 위한 계측장비를 설치하고, 가스 파이프라인은 해저케이블 보호관으로 활용하면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 군사훈련구역에서 벗어난 해역인 데다 울산에는 해상건조물 경험이 많은 현대중공업 등이 밀집해 있다.”
―민원 발생 우려는 없나.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소음과 어업권 보상, 시각 공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단지 예정지 해역 일대 1616km²는 2012년까지 폐기물 투기해역이었다. 이곳에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면 주민, 환경단체 등의 동의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성공 사례와 우리의 기술 수준은….
“현재 영국 노르웨이 일본 포르투갈 등 4개국, 6곳에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 중이다. 미국 등 4개국에서 1, 2년 내에 운영할 예정이다. 2016년부터 2MW를 가동 중인 일본 고토(五島)시는 2020년부터 9기를 추가 운영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국산 기술로 개발된 0.75MW급 부유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내년부터 울산 서생 앞바다에서 실증테스트가 이뤄질 예정이다.”
―경제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조선해양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산업이어서 관련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 투자사와 관련 기업, 국내 대기업 등이 울산시를 잇따라 찾아와 사업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
김 센터장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의 설치비는 1MW당 60억 원으로, 200MW는 1조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건설된 신고리원전 3, 4호기 공사비는 6조8561억 원이었다. 두 기의 발전용량은 총 2800MW. 울산 앞바다의 풍력발전기가 신고리원전과 같은 용량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업비가 15조 원이 든다. 원전보다 두 배 이상 소요되는 셈이다.
김 센터장은 “원전은 설치비만 감안했지 1기당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해체비와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의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전이 경제성이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유식이지만 실제로는 계류선으로 바닥에 고정하기 때문에 해상 구조물은 안전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의견이다. 그는 “200MW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필요한 해역은 km²당 5MW씩 총 40km²”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실증과 설계 등을 거쳐 2021년 착공해 2, 3년 후 완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면 수면 밑 구조물은 인공 어초 역할을 하고 해상관광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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