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초등학교 담장 바로 아래 흙더미를 덮은 방수포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방수포 곳곳이 해져 있었고, 그 사이로 잡초가 무릎 높이만큼 자라 있었다. 방수포로 덮인 약 6m 높이의 흙더미는 학교 담장과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옹벽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빗물이 그대로 흙더미로 흘러들어 흙이 쉽게 유실될 수 있었다. 실제 학교 건물과 담장 사이 바닥 일부가 밑으로 꺼져 있었다.
약 2년 전 전농초 인근에 아파트 단지를 짓기 위해 건설사는 옹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흙더미를 쌓고 방수포를 설치했다. 올 5월 공사가 완료됐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흙더미와 방수포가 방치돼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동대문구청은 노후화한 방수포를 보강하고,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보강공사를 하라고 건설사에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지난달 6일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가 발생한 뒤 시교육청과 자치구가 처음으로 서울 시내 공사장 인근 유치원과 학교를 전수 조사한 결과 15곳이 지반이 침하되거나 건물에 균열이 가는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공사장 인근 유치원과 학교는 총 120곳으로, 이 중 집중점검대상 42곳의 안전점검이 지난달 완료됐다.
전농초처럼 지반 침하가 발견된 학교는 송파구 풍성중과 송파공업고, 중구 덕수중까지 총 4곳이다. 덕수중 건물 뒤편에는 건물과 바닥이 맞닿는 부분에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2∼3cm짜리 틈이 발견됐다. 학교 인근에서는 지하 8층, 지상 20층짜리 건물 2개동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공사로 지반이 침하되면서 기계실에 누수까지 발생했다. 다만 학교 건물의 구조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덕수중 관계자는 “건설사가 이달 보수 공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신축 공사장으로 둘러싸인 양천구 신남초에서는 건물 균열이 확인돼 구청이 건설사에 보수공사를 지시하기로 했다. 실제 학교 정문으로 가는 경사로의 아스팔트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현재 이 길은 폐쇄됐고, 학생들은 다른 문으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 강동구 고일초와 상일여고, 양천구 한가람고, 성북구 길원초, 동작구 상도중에서도 건물 균열이 확인됐다.
이 밖에 △담장 균열(마포구 서울디자인고, 동도중) △옹벽 균열 및 기울임(마포구 나사렛유치원, 은평구 보람유치원) △조경이나 보도블록 파손(노원구 혜성여고) 등의 피해를 본 곳도 있었다.
시교육청은 해당 자치구와 함께 피해를 입힌 건설사에 즉시 피해를 원상 복구하고 보강 공사 등 안전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건설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치구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집중점검대상이 아닌 나머지 78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이달 중순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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