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6개 시·군의 광역 생활쓰레기 처리와 직결되는 ‘빛가람(나주)혁신도시 SRF(Solid Refuse Fuel·생활쓰레기 고형폐기물 연료)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이 전남도의 ‘수수방관’ 눈치 보기 행정으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8일 나주시에 따르면 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주권 SRF연료 반입으로 시작된 ‘갈등 해결’을 위해 지난 8월29일 전남도에 ‘공론화 위원회’를 맡아 추진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전남도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 주도의 공론화위 구성 요청은 나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이해관계 충돌로 문제 해결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주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법을 모델로 삼아 포괄적인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위원회’ 구성을 통해 합리적인 토론·숙의 과정을 거쳐 환경영향성 조사를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SRF 유해성’ 여부를 가린 후 발전소 가동 여부를 결정 짓 자는 차원에서 전남도에 공론화위 추진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은 전남도가 지난 2006년부터 환경부와 함께 나주SRF열병합발전소 사업을 주도했던 한 당사자였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는 나주시에 ‘열병합발전소에 광주권 SRF가 반입되고 있어 광역단체 간 조정과 협의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공론화위 주도는 중앙정부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남도의 공론화위 주도 거부 의사 표명은 지난달 13일 김영록 전남지사가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 반대 범시민대책위’ 대표들과 면담을 한 자리에서 이미 굳어졌다.
당시 김 지사는 “나주 열병합발전소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 위원회 설치는 의미 없는 일”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이 나더라도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 한쪽에서 ‘거부’하면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날 범대위가 공론화위 구성 선행 조건으로 내건 나주SRF열병합 발전소 가동 필요성에 대한 ‘주민 수용성 조사’ 요구에 대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제로 인식한 것도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남도가 공론화위 구성에 발을 빼면서 당사 간 갈등은 날로 격화 되고 있다.
난방공사는 1일 440t으로 계획된 ‘SRF 사용 연료 30% 감축’, 광주 SRF 반입 최소화를 위해 ‘대체 수요처 확보’ 등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범대위는 광주를 비롯한 나주지역 이외 전남 5개 시·군에서 생산된 SRF 반입 반대에 이어, SRF 소각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액화천연가스(LNG)만 100%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일 최대 440t(5t 트럭기준 88대 분량)의 SRF연료 사용은 사실상 ‘쓰레기 소각’이라는 인식과 함께,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배출로 주거지 대기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다.
이 같은 주민 집단반발에 나주시가 SRF 연료 사용 승인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발전소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시에 3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까지 진행하면서 갈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는 지난 2009년 3월 정부정책에 따라 환경부·전남도·나주시·화순군·목포시·신안군·순천시·구례군 등과 체결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을 위한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 업무협력 합의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준공됐다.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공동주택에 온수와 난방용 열원을 공급하고, 전기 생산·판매가 사업 목표다.
하지만 지난 2017년 9월부터 당초 합의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광주권 가연성 생활 쓰레기로 만들어진 SRF가 나주 열병합발전소로 반입 된데다 혁신도시 조성 당시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 수용성 조사’를 수박 겉핥기로 했다는 이유에서 주민 반발이 커지면서 1년째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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