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저유소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진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 남성 A 씨(27)가 경찰 조사에서 “사소한 실수로 어마어마한 피해가 일어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장종익 고양경찰서 형사과장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A 씨가 사고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후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경기 고양시의 서울∼문산고속도로 강매터널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로,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서 거주하고 있다. 2015년 5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A 씨는 올해 비자를 갱신해 3년째 한국에서 생활 중이다. 장 형사과장에 따르면, A 씨는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할 줄 알며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월 3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
A 씨는 7일 오전 10시 32분경 쉬는 시간에 공사장 주위에 떨어진 풍등을 발견, 인근 산 위로 올라가 호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로 풍등에 불을 붙여 날려 보냈다. A 씨는 풍등이 300m가량 떨어진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풍등을 쫓아갔지만 풍등의 행적을 놓쳐 버렸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장 형사과장은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간 뒤 폭발음이 들리고 연기가 나자 A 씨는 자신 때문에 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A 씨가)막연하게 ‘내가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했다고 얘기는 하더라. ‘혹시 내가 그런 게 아닌가’. 본인은 그걸 믿고 싶지 않았겠죠”라고 말했다.
A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중실화. 중대한 과실로 불을 냈을 때 적용하는 혐의로 실화(15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처벌이 무겁다.
장 형사과장은 “중실화라는 게 사소한 주의만 기울였어도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을 정도로 중요한 실수를 한 게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중실화로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A 씨의 혐의에 대해 인과관계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반려한 것에 대해선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사안이 사실 중대하다”며 “저장고 탱크가 연쇄적으로 다 폭발하는 어마어마한 그런 피해를 예상할 수 있고 인명 피해도 있을 수 있었다. 본인도 저유소가 있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화재 당시 직원 6명이 있었지만 잔디에 붙은 불이 저장탱크 화재로 이어지기까지 18분 동안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과 관련, 저유소 화재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 것에 대해선 “시설적인 측면을 검토해 볼 것”이라며 “관련자를 상대로 근무 측면에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