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의약품 사각지대…사망한 환자에 743건 처방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10일 10시 19분


이미 사망한 환자의 이름으로 마약류 의약품이 처방되는 등 마약류 의약품 관리가 여전히 사각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사망자 마약류 처방 현황’에 따르면 123개의 의료기관에서 이미 사망한 210명의 이름으로 졸피뎀, 펜디메트라진, 로라제팜 등의 마약류 의약품 41종이 처방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취급의 모든 단계를 전산시스템으로 보고해 안전한 마약류 관리망 구축을 위해 지난 5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본격 시행했다.

하지만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보고건을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전산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해 확인한 결과 743건이 환자 사망이후 조제·투약한 것으로 보고됐고 처방량은 7297건으로 나타났다. 현재 환자 사망 이후 조제·투약 보고된 처방량 7297건 중 의원이 3660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종합병원급 이상이 1456개, 병원과 요양병원이 각각 1343개과 809개로 나타났다.

특히 의원의 경우 처방건수는 92건으로 가장 적었지만 3660개의 마약류의약품이 처방돼 처방 1건당 평균 약 40개의 먀약류의약품이 처방된 꼴이다.

만약 의료인이 사망자 정보를 사용해 허위로 처방해 조제 또는 투약보고 했다면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짓보고로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히 환자 사망 이후 처방 보고된 마약류의약품의 상위 10위 처방전을 보면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이 1204개로 가장 많았고 식욕억제제 ‘펜디메트라진’이 1059개, 우울증 치료제인 ‘로라제팜’이 856개 등이다.

졸피뎀의 경우 정신 장애, 환각, 간 손상 등 부작용과 오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크고 의존성이 강해 과다복용하면 중독될 수 있다.

마약류의약품 중 가장 문제 되고 있는 프로포폴과 졸피뎀의 지난 5월18일부터 8월31일까지의 상위 30명의 처방량을 분석한 결과 프로포폴의 경우 김모(35·여)씨는 마약류의약품 처방기관 한곳에서 프로포폴 1만5260㎖를 처방 받았다. 또 33세 여성 송모씨 역시 한곳에서 프로포폴 1만4240㎖를 처방받았다.

이 처방을 받은 기간이 106일인 것을 고려하면 김모씨는 프로포폴을 하루 기준 144㎖로 7.2개를, 송모씨는 134㎖로 6.7개를 처방받은 셈이다. 프로포폴의 경우 20㎖와 50㎖ 두 용량으로 제조되며 1바이알 20㎖ 기준이다.

졸피뎀의 경우 오모(34)씨는 3개의 마약류의약품 처방기관에서 같은기간 총 4940정을, 김모(49)씨의 경우 2개 기관에서 3643정을 처방받았다. 이들 모두 106일 기준 오모씨는 하루에 46.6정을 김모씨의 경우는 34.4정을 처방받은 것이다.

김상희 의원은 “최근 중독자들에게 불법으로 마약류를 투약, 이익을 챙긴 병원 관계자들이 구속되고 프로포폴을 직접 자신에게 투약한 성형외과 원장이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마약류의약품 불법유출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보건당국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도시행 초기 단계로 취급·제조일자를 보고일자로 잘못 보고하는 등의 가능성이 있어 현장 조사를 나가 조치를 취하겠다”며 “마약류의 무분별한 사용을 억제하고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시행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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