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가족 아닌 ‘신체-정신 편안함’ 꼽아
전문가 “한국인들 가족중심적 사고, 죽음에까지도 영향 미쳐”
점차 ‘통증서 해방’ 응답 높아져
국내 암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좋은 죽음’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환자들이 죽음에 직면할 때 자기 자신보다 남겨진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것이다.
10일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암 치료 중인 환자와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좋은 죽음’에 대해 설문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환자 1001명 가운데 27.7%가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부담 주지 않기’를 선택했다. 이어 △가족 등 소중한 사람과 같이하기(24.5%) △주변 정리를 잘 마무리하기(18.8%) 순이었다. 환자 2명 가운데 1명은 죽음을 준비할 때 가족과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셈이다. 환자 가족과 일반인 그룹에서도 죽음과 마주할 때 가족과 관련된 요소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연구 결과는 외국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은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통증으로부터의 해방 △영적인 안녕 상태 등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일본도 △신체적 정신적 편안함 △원하는 곳에서 임종 등을 좋은 죽음으로 선택했다.
윤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족 중심적 사고방식이 죽음에 대한 견해에도 영향을 준 결과”라며 “다른 선진국에서는 본인이 겪는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족 내에서 자신의 부재,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을 먼저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도 점차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좋은 죽음’에 대해 물었을 때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기’를 1순위로 답한 비율은 2004년 27.8%에서 2016년 22.4%로 5.4%포인트 줄었다. 반면 ‘통증으로부터의 해방’은 2004년 8.3%에서 2016년 13.5%로 5.2%포인트 늘었다. ‘지금까지의 삶이 의미 있게 기억되기’는 같은 기간 2.7%에서 12.1%로 크게 높아졌다.
윤 교수는 이제 우리 사회가 ‘좋은 죽음’에 대해 의학뿐 아니라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각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거쳐 △익숙한 환경 △존엄과 존경 유지 △가족·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가기 등 4가지를 ‘좋은 죽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윤 교수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좋은 죽음의 기준을 만들고, 해당 요소들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죽음과 관련한 의료 복지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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