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예산 증액 요청을 승낙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63) 측이 1심에서 강하게 부인했던 특수활동비 수수 사실을 항소심에 와서야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11일 열린 최 의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받은 건 인정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정부청사에서, 그것도 비서실 직원이 지켜보는 집무실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겠냐”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날 변호인은 이런 최 의원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변호인은 1심에서 최 의원이 특활비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 “(국정원 특활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교감에 의한 지원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로 인정한다면) 거기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용처 등을 낱낱이 드러내면 정치적·도의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혼자서 책임을 떠안고 가기 위해 (특활비 수령 사실을) 부인했다”며 “하지만 이 자리에 와서까지 숨기는 건 도리에 맞지 않아 사실관계를 밝히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생각을 바꾼 이유에 대해선 “1심 판결이 잘못 나온 건 최 의원이 이병기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걸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1심은 ‘최 의원이 1억원을 받은 것 같은데 왜 부인하느냐’는 생각으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려 저희가 정치적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 의원 측은 특활비 1억원을 받은 건 맞지만 뇌물은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특활비 수수가) 어떤 논리와 법리에 의해 대가성·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 편성에 관여하고 있고, 돈을 받는 건 공정성이 의심되기에 뇌물로 봐야 한다는 막연한 추측성 근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기재부 장관이자 중진 의원인 최 의원은 특활비를 받음으로써 직무에 관한 공정성,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하지만 원심은 최 의원에 대한 양형기준이 징역 7~10년인데도 징역 5년을 선고해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밝혔다.
최 의원 측은 이날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기에 핵심 관련자인 이병기 전 국정원정과 이헌수 전 기조실장 등에 대한 증언이 다시 필요하다며 조만간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달 5일 오후 2시 증인신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