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구 전북 등지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최근 3년 반 동안 아이들에게 원산지를 속인 식재료로 만든 급식을 제공하다 정부 단속에 적발된 사례가 13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키거나 중국산 김치를 한국산 김치로 속이는 등 원산지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아예 표시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일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값싼 식재료를 쓰고도 비싼 국산을 쓴 것처럼 속여 차익을 챙기면서 아이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2015년부터 올 6월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원산지표시법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위반 건수가 135건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올 1∼6월 적발 건수만 50건이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통상 한 달 치 식단을 만들어 급식으로 제공하는 음식과 음식에 들어간 식재료 원산지를 표시해 학부모들에게 공개한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집단급식소는 원산지를 밝힌 급식을 제공해야 할 뿐 아니라 어린아이들에게 특히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올 3월 강원 춘천시의 한 유치원은 미국, 호주, 캐나다산 콩을 원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급식으로 주고도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표시했다. 2016년 5월 경기 수원시의 다른 어린이집은 중국산 배추김치와 국산 배추김치를 섞은 김치를 만들어 급식으로 주면서도 전부 국산이라고 속였다. 브라질산 닭고기, 미국산 및 호주산 쇠고기, 덴마크산 돼지고기를 국산으로 표시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단속 실적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관원은 272명의 전담 인력으로 일반음식점, 집단급식소, 병원 등 전국의 134만 곳을 단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가운데 단속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원산지 표시를 어기는 곳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농관원은 보고 있다. 실제 2016년 서울남부지검이 유치원 급식소 원산지표시법 위반 합동단속반을 꾸려 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영등포구 등 관내 유치원 78곳을 집중 단속한 결과 59곳(75.6%)이 관련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아울러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해 법을 어기는 곳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서 적발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부과된 과태료는 15만∼100만 원에 그쳤다.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곳은 검찰로 송치됐지만 대부분 약식기소에 그쳐 실효성이 낮은 편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보통 소비자들이 국산 농산물을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여기는 농협 하나로마트조차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가 많았다. 단속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12건이 적발된 것을 포함해 2015년부터 3년 반 동안 65건의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일부 농협 하나로마트가 중국산 콩나물, 녹두, 생강, 떡 등을 국산으로 표시하는가 하면 호주, 캐나다, 미국산 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국산으로 속여 팔았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산 포도를 미국산으로 표시해 판매한 점포도 있었다.
정운천 의원은 “농관원, 지방자치단체, 관세청,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등이 원산지 표시 위반을 단속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부처별로 협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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