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다이어트약을 구입해 복용했다가 심장발작이나 조현병 등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입산 식욕억제제에서 스테로이드와 각성제가 다량 검출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식욕억제제는 뇌하수체의 특정부분을 자극해 입맛을 떨어뜨리는 약물이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약은 펜터민, 펜디멘트라진, 마진돌 등이다.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체질량 지수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만 의사와 상담 후 3개월 이내로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매두르 쿠마르 미국 캘리포니아 보건당국 선임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미국 의사협회 산하 학회지(JAMA Network)’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2007년~2016년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쌓인 정보를 토대로 유해물질과 회수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FDA 승인을 받지 않은 약물 776종이 유통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20%는 흥분제 등을 비롯한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가 되는 약 중에는 대사활동을 촉진하는 물질인 시부트라민도 포함돼 있다. 심혈관계 질환자가 이를 섭취하게 되면 뇌졸중 위험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무분별한 다이어트 약 섭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료진의 처방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몸에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고혈압약, 우울증약을 꾸준히 복용하던 환자의 경우 ‘약물 충돌’이 발생해 간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또 검증을 받지 않은 성분의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연구진이 다이어트약에 주목한 이유는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식욕억제제를 포함한 건강보조제를 사용하고, 해당 시장의 규모만 4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 열풍에 힘입어 시장규모만 1000억원에 달한다.
조사에 참여한 피터 코헨 하버드 의과대학교 부교수는 “FDA를 비롯한 각국의 의약품 규제가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다이어트약을 비롯한 전문의약품을 스스로 구매하는 ‘자가 처방’은 매우 위험한 판단”이라며 “특히 다이어트 약의 경우에는 뇌와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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