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산악인 깊은 묵념으로 마지막 가는 길 배웅
이인정 회장 “그들은 히말라야서 다시 등산 시작할 것”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숨진 원정대원 5명의 시신이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국제공항화물터미널을 통해 운구되고 있다. © News1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숨진 원정대원 5명의 시신이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국제공항화물터미널을 통해 운구되자 유가족이 인사를 하고 있다. © News1
다음
이전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돌풍에 휘말리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산악인 김창호(49) 대장 등 히말라야 원정대원 5명이 17일 사고 후 닷새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5명 원정대원의 시신은 이날 오전 5시5분쯤 KE696 항공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근조 리본과 국화로 장식된 운구 차량 5대가 대기 중인 가운데, 유족들은 검은 정장을 차려 입고 초조하게 문을 응시하며 대원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시신이 담긴 관은 검역과 세관 처리 등의 절차를 거친 뒤 당초보다 20분 가량 이른 시각인 오전 6시22분쯤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유가족에게 인계되기 시작했다.
원정대의 막내인 이재훈씨(24·식량 의료 담당)의 영정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줄곧 억누른 흐느낌을 흘리던 이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짖으며 쓰러질 듯 다가가 하염없이 관을 어루만졌다.
이씨의 어머니는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릴 때까지 차마 아들의 마지막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아 가슴 시린 오열을 쏟아내던 이씨의 어머니는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차량에 몸을 실었다.
이후 임일진씨(49·다큐멘터리 감독), 유영직씨(51·장비 담당),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 김창호 대장의 시신이 차례로 운구 차량에 옮겨졌다. 유족들은 붉어진 눈가에 눈물을 가득 담고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 망인을 배웅했다.
이윽고 5대의 리무진 차량이 터미널을 차례로 빠져나가자, 산악인들은 마지막 길을 떠나는 대원들의 뒷모습에 깊이 묵념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히말라야 등반사에 돌풍으로 인한 사고는 처음인 것 같다”며 “이번 일로 인해 히말라야 등반을 무척 어렵게 생각하고 안 가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나이에 장례위원장을 맡으며 그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른다. 온 산악인, 외국의 산악인도 같이 애도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무슨 말로 표현을 하겠습니까만 모든 산악인이 저와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애통함을 드러냈다.
이어 “살아 있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배들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며 “히말라야에서 아마 그들은 다시 등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번 등반을 계획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1월11일까지 45일간에 걸쳐 등반하며 새로운 등정 루트를 개척하는 일정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일(현지시간)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의 구르히자히말(7193m)을 등반하던 중 베이스캠프에서 강풍에 휩쓸려 급경사면 아래로 추락, 사망했다.
김창호 대장과 임일진 감독, 정준모 이사의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유영직씨의 빈소는 의정부 추병원 장례식장에, 이재훈씨의 빈소는 부산 서호병원 장례식장에 각각 차려진다.
개별 빈소와 별도로 아시아산악연맹은 이날 오전 8시부터 19일 낮 12시까지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새천년홀에 산악인 합동 분향소를 운영한다. 분향소 운영 시간은 17~18일 양일 오전 8시~오후10시, 19일 오전 8시~낮 12시다. 산악인 합동영결식은 19일 오후 2시 열린다.
아시아산악연맹은 국내에서 장례 절차를 밟기 위해 산악인 합동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김덕진 대한산악연맹 비상대책위원장, 정기범 한국산악회장, 이동훈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외 대한산악연맹 17개 시도연맹 회장 및 산하단체(구조협회, 산악스키협회) 회장과 사고자 소속 단위 산악회장도 장례위원으로 참여한다.
(영종도(인천)=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