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차례 추가 조사 방침…‘기억 안나’ 혐의부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검찰에 두번째 출석해 9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전날 임 전 차장을 불러내 오후 2시쯤부터 조사를 시작해 밤 11시쯤 종료했다.
15일 조사는 오전 9시30분쯤부터 이튿날 오전 1시4분쯤까지 이뤄져 15시간30여분만에 마쳤다.
임 전 차장이 신문조서 내용을 꼼꼼히 열람한 후 이날 오전 4시56분쯤에야 조사실에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약 9시간만에 다시 조사를 벌인 셈이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2012년 8월~2015년 8월 기획조정실장, 이후 2017년 3월까지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했다.
초기 법관사찰과 관련해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됐으며,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재판거래 의혹에 빠지지 않고 그의 이름이 등장했던 만큼 임 전 차장의 진술은 윗선 수사를 향한 길목이 될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민사소송과 관련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외교부와 만남을 갖고 소송 지연 요구에 법관 해외파견 등을 대가로 재판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해 행정소송 서류를 대신 작성해 청와대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전달하는데 관여하고,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KTX 승무원 해고 등 정권이 민감한 재판 동향을 파악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진행되던 2016년 말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법원행정처가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에 대한 법리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외에도 ‘정운호 게이트’ 등 사건의 수사 기밀을 빼돌려 유출하는데 개입한 의혹, 각급 법원 공보관실 예산에 대해 허위 증빙 서류를 작성해 법원장 등의 비자금으로 전용한 의혹 등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윗선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으로 보고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서 이같은 의혹들과 관련해 어떤 지시와 보고 등을 주고받았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을 통해 윗선 개입 여부가 드러난다면 향후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박병대·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첫 출석에서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나 진술에 대해선 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상당 부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앞서 법원행정처장이 단장으로 나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자체조사 당시에도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며 구체적 진술을 회피한 바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관련 의혹 사건의 수가 방대한 데다 깊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몇차례 더 비공개 소환해 조사한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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