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한 수사준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제정 이래 단 한 명이 감찰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징계 없이 의원면직 처분으로 종결됐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8년간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감찰을 받은 사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 수사 때 ‘수백억 뭉칫돈’ 의혹을 제기한 이모 전 서울고검 검사(53·사법연수원 20기) 1명뿐이다.
검찰 수사공보준칙은 기소 전 수사내용의 공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법부 판단 전에 피의사실을 흘려 피의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2010년 만들어졌다.
이 전 검사는 창원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하던 2012년 5월 노건평씨의 비리 의혹 수사를 담당했다. 그는 “노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주변인 계좌에서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이 발견됐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왔다.
이 전 검사의 발언 이후 노씨의 불법자금 의혹과 관련한 보도가 쏟아졌지만 정작 검찰은 7개월 뒤 노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만 기소하고 ‘뭉칫돈’ 의혹 부분은 실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이 전 검사의 피의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한 내부감찰에 착수, 부적절한 발언에 의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위반 비위로 경징계 권고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전 검사의 노씨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고발사건이 무혐의 처분됐지만 그런 방식으로 (피의사실을) 말하는 건 부적절하기 때문에 감찰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검사는 내부감찰이 진행되자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검은 별도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하고 의원면직 처분했다.
당시 언론인권센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이 전 검사를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2015년 5월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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