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숨진 고 김창호 대장(49)의 빈소를 찾은 오랜 친구들은 김 대장의 순수한 성품과 강한 정신력을 되새기며 추모했다.
17일 김 대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대학 동문 염제상씨(49)는 “제가 보는 김창호는 산이 좋아서 간 게 아닌, ‘김창호 자체가 산’”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은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소속 김창호 대장(서울시립대 졸), 유영직 대원(장비·한국산악회), 이재훈 대원(식량 의료·부경대 졸), 임일진 다큐영화 감독(서울외대 졸),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가 격려차 원정대를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중 서울성모병원에는 김 대장, 임 감독, 정 이사의 빈소가 마련됐다.
염씨는 한국대학산악연맹 전 회장으로 김 대장과 서울시립대 무역학과 88학번 동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산악계에 엄청난 업적을 남겼지만 많은 분들이 모르는 친구”라며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면 목숨을 버릴 정도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며 애통해했다.
김 대장과 대학 동문인 전양중씨(49)는 “김 대장은 히말라야 14좌를 무산소로 완등하고도 더 어렵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이라며 “사람들은 김 대장을 잘 모르겠지만 2015년 황금피켈상(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등정을 한 산악팀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산악인들이 가장 아끼는 사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거벽등반가 김세준씨(49)는 “김 대장은 굉장히 학구파였고 괴짜”라며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돌아 다니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을 만큼 정신력이 굉장히 강하고, 눈만 뜨면 히말라야를 생각하고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대장의 친구들은 이번 히말라야 등반이 무모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염씨는 “김 대장의 모토는 ‘집에서 집으로’와 ‘100%의 가능성이 있을때만 도전한다’”라며 “1% 가능성에도 도전해야 한다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전씨 역시 “고산 경험이 많은 사람은 산사태나 눈사태를 예상할 수 있고 이번 사고는 현장에 눈이나 얼음이 없다”며 “일종의 돌풍이 분 것인데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김 대장의 정보력은 현지 세르파들이 모르는 것까지 알고 있을 만큼 더 좋다”며 “대상지에 대한 사진을 전부 촬영하고 어느 루트로 갈지, 어느 시기에 갈지 다 계산해서 간 것임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씨가 김 대장을 마지막으로 본 때는 지난 6월이다. 김 대장과 임일진 감독 등 친구들은 동대문 근처 네팔 음식점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김 대장은 이때도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염씨는 “(김 대장이) 이제는 후배들을 위한 펀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동기들이 힘이 돼 재단을 하나 설립하자는 내용을 논의했다”며 “자기를 홍보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으면에 그렇게 하지 않은 소박한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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