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밤샘수사는 고문” 지적에 검찰 “동의받아” 응수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17일 16시 41분


임종헌 밤샘조사 후 법원 내부전산망에 비판글
사법농단 수사팀 “우리도 좋아서 하는 것 아냐”

서울중앙지검. 2018.3.11/뉴스1 © News1
서울중앙지검. 2018.3.11/뉴스1 © News1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밤샘수사 관행의 문제를 지적하자 검찰이 절차상 조사 대상 본인의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 관계자는 17일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데 야간에 조사한 경우는 없다”며 “소환일정을 줄이기 위해 한번에 끝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동의 하에 진행되는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수사팀은 앞서 1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핵심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을 오전 9시30분에 소환, 15시간30분 가량 조사를 벌였다. 조서열람 시간까지 포함해 임 전 차장은 이튿날 오전 5시쯤 귀가 후 당일 오후 2시부터 다시 조사를 받았다.

임 전 차장이 첫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16일 오전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60·14기)는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밤샘수사, 논스톱 재판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 밤샘수사 관행을 비판했다.

강 부장판사는 “비록 피의자나 참고인이 한번에 다 끝내달라는 요청이 있더라도 수사기관은 근무시간이 넘어가면 받아들이면 안된다”며 “이제 이런 관행이 비록 당사자나 변호인의 자발적 동의가 있다해도 위법이라 외칠 때가 한참 지났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필수 욕구 중 하나가 수면인데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워 묻고 또 묻고 하는 것은 근대 이전 ‘네가 네 죄를 알렸다’라고 고문하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라 강조하며 법관들을 향해서도 “밤샘수사 결과물이라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명력이 없다고 무죄 선고하면 그 다음날부터 한국의 수사관행이 바뀔 것”이라 제안하기도 했다.

강 부장판사의 이같은 지적과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글에 대해 한 판사는 “제안 시기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장기간 조사가 본격 시작된 시기와 맞물린다”며 “특정재판에 대해 수사 통제를 엄격히 하라는 뜻으로 오해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 또한 “전직 대통령 두 분도 다 새벽에 조사가 이뤄졌는데 그 이유는 여러차례 나눠서 조사하는 것을 본인이 원치 않고 여러 절차상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그때는 말이 나온 적이 없었는데 왜 꼭 이 사안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아울러 “검사나 수사관들도 다음날 또 출근해야 하는데 밤샘 조사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특히 판사의 경우 일과시간 이후에 조사하길 바라는 경우가 많아 조서를 작성하고 열람하다 보면 밤 12시가 금방 넘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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