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립유치원 5곳 5년치 보니
감사받는 해에만 세부사항 공개… 다른 해엔 총액만 적어 돈 쓴곳 깜깜
국가회계시스템 쓰는 국공립은 입출금 때마다 기재해 감시 가능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수업료를 쌈짓돈처럼 쓴 일부 사립유치원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립유치원들이 매년 공개하는 회계 자료 상당수가 엉터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 감사 때만 제대로 공개하는 회계 자료
동아일보 취재팀은 1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된 사립유치원 5곳과 국공립유치원 5곳이 유치원 정보 공시사이트인 ‘유치원 알리미’에 올린 최근 5년간의 회계 자료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립유치원 5곳 모두 교육당국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기간을 제외하면 예산과 결산 총액만 공개했다. 감사를 받는 해에는 세입세출 세부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그렇지 않은 해에는 총액만 대충 올리는 식이다. 반면 국공립유치원들은 모두 예산과 결산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유치원 알리미는 2012년 9월 교육부가 유치원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만든 사이트다. 현행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상 모든 유치원은 매년 4, 10월 이곳에 예산과 결산 명세를 정해진 항목대로 공개해야 한다.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자료에는 이런 ‘알맹이’가 빠져있어 사실상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
실제 원장이 유치원 교비로 명품과 성인용품까지 구입한 것으로 드러난 경기 화성시 환희유치원이 이달 15일 공시한 지난해 결산 자료에는 △인건비 △운영비 △일반교육활동비 등의 총액만 적혀 있었다.
이와 달리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던 2016년과 그 이전에 공시한 결산 자료들은 교육부가 정한 양식에 맞춰 어디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가 상세하게 정리돼 있었다. 인건비 항목에서는 교사가 몇 명이고, 이들의 월급이 얼마인지, 원장이 얼마나 받는지, 건강보험은 얼마나 부담하는지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파일 형식도 올해 PDF 파일로 작성된 것과 달리 엑셀 파일이었다.
다른 사립유치원 4곳도 결산 자료에서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또 서울 은평구의 A사립유치원이 2016년 4월 공시한 자료에는 ‘예산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아 준비되는 대로 업로드하겠다’는 내용만 적혀 있다. 사실상 공시를 누락한 것이다.
○ 공시 누락해도 걸리지 않으면 그만
사립유치원이 공시한 결산 자료의 신빙성도 문제다. 현재 국공립유치원과 모든 초중고교는 ‘에듀파인’이라는 시스템에 돈이 들어오고 나간 기록을 일일이 사안이 있을 때마다 입력해야 한다. 교육당국의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는 교육당국이 현지 감사를 하지 않는 한 회계 부정을 걸러내기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사립유치원은 정기감사를 받지 않다 보니 공시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작성해도 ‘안 걸리면 그만’인 셈이다.
교육부가 공시 자료를 검증하고는 있지만 4282개에 달하는 사립유치원의 회계 자료를 일일이 들여다보지는 못하고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사립유치원들은 공시 자체도 반대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보건복지부는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이 커지면서 어린이집도 조사하라는 요구가 커지자 비리 정황이 있는 어린이집 2000곳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하기로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서울서부지법에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를 상대로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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