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구르자히말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숨진 원정대원들의 시신이 17일 오전 5시 7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검역과 통관을 거쳐 오전 6시 20분 운구 행렬이 시작됐다. 막내 이재훈 대원(24)에 이어 임일진 다큐멘터리 감독(49), 유영직 대원(51),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54), 김창호 대장(49)이 차례로 운구차에 올랐다. 김 대장의 부인 김윤경 씨(45)는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면서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우리 재훈이가 스물네 살입니다. 아이고… 어떡하니….”
이번이 마지막 산행이라던 이재훈 대원의 어머니는 한참 동안 운구 행렬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운구를 위해 모인 유가족과 산악인들이 숨죽여 흐느끼는 가운데 인천공항 화물청사에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영정 보고 아빠 찾는 25개월 딸
김 대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는 대학산악연맹 88학번 동기·선후배들이 자리를 지켰다. 김 대장의 무역학과·산악회 동기로 30년을 동고동락한 염제상 씨(49)는 김 대장을 “산 그 자체인 친구”로 기억했다. 그는 “창호가 출국 전 만난 자리에서 산악인 후배들을 위해 재단을 만들 것을 논의했다”며 “우리가 선배로부터 받았으니 후배들에게 베풀자는 소박한 꿈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오후 1시경 김 대장의 25개월 된 딸 단아 양이 이모의 품에 안겨 빈소를 찾았다. 김 대장의 영정을 보고 “아빠!”라고 외치며 손을 뻗는 딸 앞에서 그때까지 의연한 모습을 지켜왔던 김 대장의 부인은 처음으로 크게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훔쳤다. 주변의 산악인들과 지인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닦았다.
○ 모교 서울시립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김 대장의 모교 서울시립대 대강당에는 오전 8시부터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학교 관계자 및 재학생, 산악인 등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이 자리를 지키며 추모객을 맞았다. 분향소를 찾은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그의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김창호 대장 기념강의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분향소를 찾았다. 유럽 순방 중인 도종환 장관을 대신해 온 노 차관은 “(이 사고로 산악인의 도전이) 끝나서는 안 되겠지만, 위험을 줄일 방법을 찾겠다. 장비나 날씨에 따른 등반 매뉴얼을 강화하는 등 산악인들과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1991년 등반 도중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장애인 등반가 김홍빈 씨(54)는 “지난해 7월 낭가파르바트(8126m) 등정 때 길을 잃어 김 대장에게 급하게 위성 전화를 했더니 김 대장이 새벽에 전화를 받았는데도 자세히 길을 알려주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유영직 대원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의정부시 추병원에도 산악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유학재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교수부장(57)은 “내가 영직이를 김창호 대장에게 추천해줘 죽은 것 같다”며 비통해했다. 이재훈 씨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수영구 서호병원에는 김영섭 부경대 총장이 방문해 유가족에게 명예졸업장을 전달했다. 이 씨는 이 대학 컴퓨터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김 총장은 “고인을 위로하고 새 길을 개척하기 위해 도전했던 그의 정신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대장이 졸업한 경북 영주시 영주제일고에도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산악인들이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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