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구구단 술술… ‘한 교실 두 언어’ 실험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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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국제혁신학교 경기 시화초 수학과목 중국어 병행수업 현장

16일 경기 시흥시 시화초에서 열린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에서 박정은 교사(왼쪽)와 원어민 교사 리위 씨가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중국어로 구구단을 외우고 있다. 시흥=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6일 경기 시흥시 시화초에서 열린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에서 박정은 교사(왼쪽)와 원어민 교사 리위 씨가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중국어로 구구단을 외우고 있다. 시흥=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얼 이 더 얼, 얼 얼 더 쓰∼(2 1은 2, 2 2는 4).”

16일 경기 시흥시 시화초등학교 2학년 교실. TV에서 그룹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이 중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중국어로 말하는 구구단.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아이들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마지막 소절인 “주 주 바스이(9 9는 81)”에선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미연 양(8)은 “매일 이 노래를 따라 중국어로 구구단을 부르다 보니 어느새 구구단을 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시화초 1, 2학년 32명 중국어로 수학 수업


시화초는 1, 2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과목을 중국어로 병행수업하고 있다. 수업은 정규 교과과정을 따라 교육부가 발간한 수학 교과서를 기본으로 진행한다. 중국어 병행수업 시간은 주 4시간이다. 지난해 2학기 현재 2학년인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이 수업에는 현재 1, 2학년 32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학생의 30%는 한국인 학생이다. 나머지는 중국 국적 학생이다.

시화초가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을 시작하게 된 건 지난해 3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국제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시화초는 전교생 400명 중 45%인 182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다문화 학생 중 중국 출신은 143명으로 전교생 중 35% 정도를 차지한다.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을 시작한 이유도 중국 출신 학생을 향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서다. 시화초 관계자는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도 기초학력이 저하되지 않고 다양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어 병행수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다문화국제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시화초를 포함해 안산 선일초, 선일중, 시흥 군서초 등 4곳이다. 이들 학교에는 추가 정교사 1명과 연간 7500만 원이 지원된다. 교과용 도서는 고시 교과목 이 외에 자체 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이날 중국어 병행수업은 중국어 원어민 교사 리위 씨(42·여)의 지도로 수학문제 풀이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은 리 씨의 선창에 따라 중국어로 문제와 답을 읽었다. 시화초가 수학을 중국어 병행수업 과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수학은 기호나 숫자가 정해져 있고 문장이 명료하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 규정화된 문장이 반복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기도 좋다.

원어민 교사는 수업시간 동안 100% 중국어로만 말했다. 한국어로 질문이 들어와도 중국어로 답할 정도였다. 수업을 듣던 최용주 군(8)이 “선생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손을 들자 옆에서 지켜보던 병행수업 담당 박정은 교사(36·여)가 한국어로 원어민의 말을 해석했다. 박 교사는 “중국어로 수업을 진행하긴 하지만 기초학업 성취가 더 중요하다”며 “그렇기에 처음 등장하는 개념을 설명하거나 아이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질문하는 부분은 반드시 한국어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 기초학력 신장은 물론 외국어 습득까지

한국 학생들은 이 수업으로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시화초는 아이들이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놀이를 적극 도입했다.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의 4분의 1은 노래 부르기, 카드게임 등 체험 학습으로 구성됐다. 김예인 양(8)은 “친구들이나 원어민 선생님과 놀면서 중국어를 배우니 중국어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들은 학교 적응이 빨라졌다. 한국 친구들과 중국어를 매개로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학생들은 모국어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7세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정예령 양(8)은 “한국에 적응해야 한다고 집에서도 한국어를 썼는데 수업에서 중국어를 쓴 뒤로는 중국어를 써도 혼이 안 난다”고 말했다.

시화초의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의 학부모 만족도는 올해 초 기준 95%에 달한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올해 신입생 예비소집 때는 1학년 신청 인원이 정원인 16명을 초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구나 시설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원어민 교사가 계약직이라는 점도 지속적인 수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병행수업을 담당하는 박 교사는 “중국어로 된 교구나 시설을 구매할 돈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원어민 교사도 충원된다면 더 많은 아이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다문화국제혁신학교#시화초등학교#이중언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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