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성산일출봉
수평선에 솟아난 시뻘건 빛이 ‘바다 위 궁전’으로 쏟아졌다. 거대한 원형경기장을 연상시키는 지름 600m의 화산 분화구에 드리웠던 절벽 그림자는 서서히 작아졌다. 성벽을 물들인 붉은 기운이 무채색으로 변할 즈음 해가 구름 위에 올라섰다.
12일 해발 180m 바다 위, 분화구 정상에서 마주한 일출은 장관 그 자체였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천연기념물 제420호·사진)은 일출과 어울릴 때 웅장함이 배가된다.
조선 후기 제주의 빼어난 경관 10가지를 선정한 영주10경 가운데 ‘제1경’이 성산일출이다. 국내 관광객은 물론이고 바다를 접해본 적이 없는 내륙지방의 중국인 관광객은 사방이 트인 드넓은 수평선 경관, 화산 분화구 풍경 등에 흠뻑 빠진다. 성산일출봉은 거대한 성(城)의 모습을 닮아 이름이 붙여졌는데 경관뿐 아니라 지질학적으로도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얕은 수심의 지하에서 올라온 뜨거운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분출한 화산재가 쌓여 응회구인 성산일출봉을 만들었다. 가파른 경사의 화산 퇴적층은 무너져 내리는데 성산일출봉은 화산재가 물기를 머금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대로 쌓일 수 있었다. 화산재가 겹겹이 쌓인 퇴적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학계는 성산일출봉이 전 세계적으로 수성화산의 전형을 보여주는 화산체로 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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