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반대” 운전대 놓은 7만명… 시민들 “택시 못잡아 애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9일 03시 00분


택시업계 광화문서 대규모 집회

차량 승차공유 서비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의 택시운전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에 7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날 오전 4시부터 일부 택시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차량 승차공유 서비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의 택시운전사들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에 7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날 오전 4시부터 일부 택시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택시를 살려내라!” “자가용 불법영업 엄단하라!”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택시운전사들은 ‘카풀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끈을 두른 채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차량 승차공유(카풀) 서비스에 반대하기 위해 운전대를 놓고 집회에 모였다. 모인 인원은 약 7만 명(주최 측 추산). 신고 인원 3만 명의 두 배 이상이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통행을 위해 집회가 진행된 1시간 30분 동안 광화문광장 주변 왕복 11개 차로 중 6개를 통제했다. 이날 택시 운행 중단으로 ‘교통 대란’ 우려가 나왔지만 심각한 불편은 없었다.

○ 택시운전사들 “거대 기업이 생존권 위협”

집회에 참가한 택시운전사들은 카풀 같은 자가용 유상운송이 허용되면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박권수 회장은 연단에 올라 “현행법상 자가용을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 알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카풀은 불법”이라며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명하에 국민과 택시운전사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는 “2013년 이후 5년간 요금 인상이 안 돼 최저임금 수준으로 버티고 있다”며 “거대 기업인 카카오가 한 달에 2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택시운전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가자는 “택시는 합승하면 불법인데 승용차 카풀은 왜 허용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참가자는 시위 현장 주변에서 정상 영업을 하는 택시운전사들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전북 군산시에서 온 윤모 씨(60)는 “사납금 13만 원을 포기하고 여기까지 오느라 3시간 반이나 걸렸다. 영업하는 택시를 보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는 이날 오전 4시부터 하루 동안 운행을 중단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택시운행률이 오전에는 90% 초반, 오후에는 80% 후반이었고, 경기도와 인천은 오전 50∼60%, 오후 60∼70%로 추산했다. 국토부는 국민 피해가 심각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에 휴업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에 참석한 택시운전사들을 처벌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 국토부 “카풀 하루 2회로 제한” 중재안 냈지만…

‘대란’은 없었지만 평소보다 택시를 잡기 어려워 불편했다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인천에 거주하는 정인권 씨(33)는 “휴대전화 앱으로 택시를 호출했는데 응답조차 없어서 택시 이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반 서울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인근 택시 정류장에서 출근을 위해 택시를 기다리던 시민 가운데 절반가량은 다른 교통수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평소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는 오후에 하교한 학생들을 학원으로 실어 나르는 택시가 많지만 이날은 빈차를 찾기 어려웠다. 퇴근길에 서울 광화문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기다리던 40대 남성은 “평소보다 택시 잡기가 훨씬 어렵다”며 “택시 운행이 줄어서인지 교통체증은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풀업체와 택시업계 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택시업계는 카풀을 전면 금지하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출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카풀 서비스를 운전자당 하루 2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양측은 아직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김은지 eunji@donga.com·강성휘 / 인천=차준호 기자
#카풀 반대#택시업계 광화문서 대규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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