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참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의 한 PC방. 사건이 일어난 지 닷새가 지난 19일에도 여전히 PC방 주변은 어수선하기만 했다. 사건 현장 주변에는 국화꽃다발들이 놓여있고, 일부 학생들은 묵념을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 PC방의 주간 아르바이트생 윤모씨(21)는 “(사건 이후로) 확실히 손님이 많이 줄었다. 사건에 대해 물어보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와는 타임이 달라 잘 모르긴 하지만 내 또래 친구가 그렇게 됐다니 안타깝고 같은 PC방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불안하기도 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PC방 손님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등학생 한서준군(17)은 “알바 형(피해자)을 자주 봤었는데 착하고 성실하고 동생들한테 잘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이야기를 듣고 놀랐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단골손님 김씨(20)도 “피해자를 자주 마주쳤다. 불친절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뉴스를 보고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CCTV 영상을 보니 분노하게 되더라. 가해자가 확실히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C방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0·여)는 “아들 둘을 둔 엄마 입장에서 내 이야기가 아닌데도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나중에 들으니 군대 가 있는 둘째 아들의 고등학교 후배더라. 그 아이(피해자)도 군대 신청해 놓고 알바했다고 그러던데 다 피우지도 못하고 그렇게 됐으니 얼마나 안타깝나”고 했다.
피의자의 우울증 약 복용 관련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김씨는 “우울증 걸렸다고 사람 죽이는 걸 용서 받을 순 없지 않나. 그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좀 아닌 것 같다”면서 “사람을 죽여놓고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나”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사건 당일 피해자의 치료를 맡았던 담당의사였다며 글을 올렸다.
남궁 교수는 “평생을 둔 뿌리 깊은 원한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가해자는 피해자를 끝까지 해치겠다는 각오로 상해를 입힌 것 같았다. 모든 의료진이 욕설을 뱉었고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워 세상이 두려워지기까지 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 역시 피의자의 심신 미약에 대한 감형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남궁 의사는 “피의자가 우울증에 걸린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라면서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글은 게시 후 사흘만인 19일 오후 4시30분 현재 49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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