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얼굴이 처음 공개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가끔 작은 목소리로 웅얼웅얼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던 길이었다. 김성수는 파란색 후드티 차림에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의 왼쪽 목에는 10cm 남짓한 크기의 검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동생이 공범 아닌가요.
“아닙니다.”
―우울증 진단서는 왜 냈어요.
“제가 낸 거 아니에요.”
―그러면 누가 냈나요.
“가족이….”
―피해자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죄송합니다.”
―반성하십니까.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잔혹한 수법 등 고려해 신상 공개
경찰은 이날 살인 피의자 김성수에 대해 신상 공개를 결정하고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신상 공개 결정의 근거는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조항이다. 살인, 강도, 강간 등 특정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고 △미성년 피의자가 아닐 때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해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해악을 끼친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 조항이 마련됐다.
경찰은 김성수가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0)의 얼굴을 흉기로 30여 차례 찌르는 등 범행 수법이 잔혹했고, 그 결과 신 씨가 끔찍한 고통과 함께 사망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현장 폐쇄회로(CC)TV와 본인의 자백 등 증거가 충분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신상 공개라는 극단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수는 2010년 4월 이 신상 공개 조항이 신설된 후 18번째로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다. 그동안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48),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을 저지른 조성호(32) 등에 대해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 ‘심신미약’ 판별 위해 정신감정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성수는 이날 오후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최장 30여 일간 머무르며 9가지 심리 검사와 뇌파 검사, 각종 신체검사를 받는다. 담당 간호사는 김 씨의 생활습관과 행동 등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보고서로 남긴다. 면담과 검사, 간호 기록 등을 종합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감정 초안을 작성하고, 의사 7명과 담당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정신감정 진료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다. 감정 결과는 향후 재판에서 김성수의 ‘심신미약’ 주장을 판단할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정신감정이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정신감정 결과가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범행 장면이 담긴 PC방 건물의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하는 등 보강 수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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