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고가 안 터지니 경찰 스스로가 기삿거리를 제공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요즘 부산지역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농담이 오간다. 꼬리를 무는 현직 경찰관의 성 관련 범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부산경찰이 범죄의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다. 시쳇말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농담이다. 박운대 부산지방경찰청장은 7월 취임하면서 “여성 청소년 업무부터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청장이 취임한 뒤 석 달간 경찰관의 성 관련 범죄가 3건이나 발생했다. 기강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박 청장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최근 여성과의 신체 접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현직 경찰관 A 씨(26)를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 중부경찰서 소속 한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20일 오전 5시 반 남구의 한 모텔에서 휴대전화로 여성(20)과의 신체 접촉 장면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19일 오후 11시 부산 서면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모텔로 자리를 옮겼다. 이른바 ‘즉석 만남’이었다. 성관계 전 A 씨와 신체접촉을 하던 이 여성은 A 씨 휴대전화에 자신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씨를 직위해제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할 예정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 촬영을 한 이유에 대해 “혹시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걸릴까 걱정돼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부산경찰의 성 관련 범죄는 8월부터 시작됐다. B 경장(30)은 키스방을 운영하다 단속에 적발돼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심지어 키스방 외에 이른바 ‘대딸방’이라고 불리는 유사 성매매업소까지 운영한 사실이 확인돼 구속됐다. 부산지역 22개 여성·시민단체는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에 경찰 간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C 경정(43)이 길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하는 등의 공연음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것. 심지어 그는 행인의 신고로 입건되자 지인을 통해 신고자에게 접근해 “돈 300만 원을 줄 테니, 신고한 공연음란 사실을 없던 걸로 해 달라”며 진술 번복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시민들은 “이런 경찰이 무슨 낯으로 범죄자를 잡을 수 있느냐”고 비아냥거린다. 밤낮으로 고생하는 9000여 부산경찰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부산경찰 수뇌부에선 이를 특정인의 일탈 정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일부 간부는 대체 누가 내부 범죄를 언론 등 외부에 알렸는지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부산경찰 수뇌부의 자화상이다.
박 청장은 평소 ‘인간미 있는 경찰’을 강조해 왔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조직 내부의 허물에 엄격한 ‘바른 경찰’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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