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살인’ 40대 영장심사…딸들 엄벌 청원에 ‘묵묵부답’

자녀 ‘아빠 엄벌 원해’ 청와대 청원 동의 10만 넘어
경찰 “심시미약 주장도, 관련 진단서 제출도 없어”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흉기로 살해한 전 남편 김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5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News1

이혼 과정에서 감정이 쌓였다는 이유로 전 부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 김모씨(49)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25일 오전 9시55분쯤 검은색 점퍼 차림으로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한 피의자 김씨는 짙은색 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취재진 앞에 선 김씨는 “피해자 차량에 위성항법장치(GPS)를 설치한 게 맞는지” “딸들이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을 넣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소 아내와 딸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남기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당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살인 혐의를 받는 김씨를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구속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2일 오전 4시45분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 이모씨(47·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김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추적, 같은날 밤 9시40분쯤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인근에서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체포 당시 술과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서경찰서는 24일 김씨에게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과정 중 쌓인 감정 때문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CCTV 영상 분석 결과 김씨는 사건 이전부터 범행장소 주변을 서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병원에서 처방받아 소지 중이던 수면제를 범행 이후에 복용했다고 진술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답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는 심신미약을 주장한 사실이 없고, 관련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 또한 없다”며 일각에서 김씨가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피해자 이씨의 자녀는 23일 “아빠를 엄벌해달라”며 청와대에 청원글을 게시했다.

이 자녀는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엄마는 아빠와 살 수 없었고 이혼 후 4년여 동안 살해협박과 주변가족들에 대한 위해 시도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다”며 “엄마는 늘 불안감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없었고 보호시설을 포함해 다섯번 숙소를 옮겼다”고 적었다.

이어 “(아빠는) 온갖 방법으로 엄마를 찾아내 살해를 위협했으며 결국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으로 엄마는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갔다”며 “이런 아빠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또 다른 가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글은 25일 오전 현재 10만4000건이 넘는 동의를 받은 상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