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간암 등의 이유로 병보석으로 풀려나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이 포착돼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졌다.
24일 KBS는 2012년 간암 3기를 이유로 병보석으로 풀려나 7년 7개월째 보석 상태인 이 전 회장이 담배를 피우고, 술집을 간 모습 등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KBS가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부터 제보 받은 사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서울 마포역의 한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사진은 올해 초 찍힌 것으로, 측근은 “거기로 올라가서 맥주를 드시는 거다. 8시 반에 들어가서 새벽 4시까지. 거의 매일 술을 드신다”고 했고, 해당 주점 업주는 “와서 맥주 한 두잔씩. 담배를 많이 피우시더라”고 말했다.
해당 주점이 있는 마포역은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약 8km 떨어진 곳으로, 병보석 허가 당시 집과 병원을 주거지로 제한하는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전 회장이 아산병원에 입원하는 날이면 서울 방이동 한 술집에도 들른다고 KBS는 보도했다.
방이동 주점 종업원은 “오시긴 자주 오신다. 일주일에 2~3번 오실 때도 있고, 최근에도 자주 오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전 회장은 지난 여름 서울 신당동의 한 떡볶이 집에서도 포착됐다. 당시 이 전 회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탁자 위에는 맥주잔도 놓여있다.
이와 관련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밖으로 돌아다니거나 술은 말도 안된다”며 “간암인데 술을 어떻게 드시느냐”고 밝혔다.
보도 이후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와 흥국생명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황제 보석 중인 태광 이호진 전 회장을 엄벌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전 회장의 7년 넘는 ‘황제 보석 경영’을 더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은 법 질서를 바로 잡고 정의를 세우는 판단과 조치를 행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태광그룹 회장엑에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의 일부를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됐으나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그해 4월부터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이듬해 6월 보석이 허락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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