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후유증 명퇴 김범일 경감
교통사고 현장 수습하다 부상… 언어-인지 장애로 3년간 투병
“어려운 후배들 재활 도움됐으면”… 동아일보 ‘제복상’ 상금에 사비 보태 기부
2015년 1월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3년 9개월 동안 투병해온 김범일 경감(51)이 25일 경찰 제복을 벗었다. 김 경감은 “비슷한 처지의 경찰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공익재단에 2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는 김 경감의 명예퇴임식이 열렸다. 김 경감은 후배 경찰관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이어 부인 김미옥 씨(47)와 함께 단상에 올라 특별승진 임명장과 경찰청장 표창장을 받았다. 사고 후유증인 언어장애와 인지장애 때문에 말하는 게 불편한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두 눈만 깜빡였다. 김 경감은 지난해 1월 동아일보·채널A 공동제정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에서 위민경찰관에 선정돼 15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상금에다 사비까지 보태 2000만 원을 공무수행 도중 다치거나 숨진 경찰관을 돕는 ‘참수리 사랑재단’에 기부한 것.
부인 김 씨는 “재활을 할 때 의료수가 문제로 한 병원에 오래 있을 수 없어서 병원을 14차례 옮겼다”며 “비슷한 처지의 경찰관들이 병원 옮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재활병동을 만드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은 김 경감이 치료를 받기 위해 휴직한 지 2년 11개월째 되는 날이었다. 3년 넘게 휴직을 하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권면직 처리돼 각종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부인은 “남편의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퇴직을 미뤘지만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경감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세 자녀가 있다. 그는 앞으로 재활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다. 부인은 “최근 막내가 ‘아빠, 나 사랑해?’라고 묻자 남편이 ‘사랑해’라고 답변했다”며 “퇴직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됐으니 남편의 상태가 빨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경감은 2015년 1월 23일 오전 4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당산철교 밑에서 교통사고 차량을 견인하다가 눈길에 미끄러진 다른 차량에 치였다. 그는 1995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고, 지역 경찰과 교통경찰 등으로 민생 치안 업무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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