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노인이다? 운동 마니아들이 전하는 건강 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15시 01분


《8월부터 dongA.com에 연재한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이 화제를 모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삶의 활력을 찾는 남녀 노익장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 받고 ‘나도 시도해보겠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 건강해야 맘껏 누릴 수 있다. 그동안 소개한 10명의 운동마니아들을 통해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찾아본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앓다 죽는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병치레 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죽는다’는 뜻으로 농담처럼 떠돌던 이 일련의 숫자가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실현’해야 할 목표가 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평균 연령은 82.4세. 지금 60세라면 충분히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00세 시대 건강법’을 실천하는 남녀 노익장 스포츠 마니아들은 운동(스포츠)이 ‘9988-234’를 실현시켜줄 좋은 대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동윤 원장 제공
이동윤 원장 제공
부산 동래고 1학년 때부터 달리기 시작해 50년 가까이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 원장(66)은 “내가 100세가 됐을 때 어떤 상태로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자주 쓰는 말이 ‘9988-234’다. 항상 그런 이미지를 그리며 살아야 한다. 남은 생을 앓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죽기 전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매일 그리면 스스로 몸을 관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거의 매일 서울 옥수동 자택에서 잠원동 병원까지 편도 7.5km를 달리거나 걸어 출퇴근하고 있다. 1997년 마라톤에 입문한 이 원장은 2000년 달리는의사들(현 사단법인 한국달리는의사들·http://www.runningdr.co.kr/)이란 동호회를 만들어 ‘안전하게 다리는 법’ ‘마라톤에티켓’ 등을 달림이들에게 인식시키는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는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를 시작해 마라톤을 통한 ‘기부문화’ 확산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풀코스 최고기록이 3시간6분대며 풀코스만 200회 가까이 완주했다.

서영갑 선생님. 김재명 기자
서영갑 선생님. 김재명 기자

대부분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계속 지속하는 원동력은 운동으로 얻는 ‘행복감’이었다. 언제나 “근육은 나이가 없습니다”고 인사하는 ‘근육맨’ 서영갑 전 대구 덕화여고 교장(82)은 40년 가까이 근육 운동을 즐기고 있다. 그는 40대 초반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면서 운동에 입문하게 됐다. 평소 아령 2개로 혼자 운동하다 1999년 8월 31일 정년퇴직하면서 본격적인 아마추어 보디빌더의 길로 접어들었고 각종 대회 시니어부분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는 “근육을 키우면서 자세도 좋아지고 힘이 세어지니까 당당해졌다. 내 또래 동기들을 보면 벌써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고, 누워 있는 친구도 있다. 모임에서 만나더라도 대부분 허리가 굽고 힘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 있다. 난 아직 아령을 쉽게 들어올리며 운동할 수 있다”며 웃었다. 서 교장은 아직도 운동이 생활이고 생활이 운동일 정도로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이무웅 씨 제공
이무웅 씨 제공
8월 6박7일간 250km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한 이무웅 씨(75·구진피티에프이 대표)도 운동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골프를 하다 그립을 못 잡을 정도로 손가락을 다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몸이 근질근질해 ‘뭘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2015년 작고)이 조깅을 즐기는 것을 보고 따라 시작한 것이다. 55세에 마라톤에 입문해 10km, 하프, 풀코스를 넘어 사막이란 ‘극지마라톤’까지 완주했다. 그에게 사막마라톤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기회였다. 그는 “내 몸을 극한으로 치닫게 한 뒤 그것을 이겨내면 밀려오는 쾌감, 언젠가부터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이집트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이루는 등 지구촌 극지마라톤을 16차례나 다녀왔다. 그는 “힘이 있는 한 달릴 것”이라며 오늘도 질주하고 있다.

박정순 씨
박정순 씨

올해로 환갑인 박정순 씨(60)는 30대 후반 나른한 삶을 탈피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직업’도 찾아주고 ‘100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도 지켜줬다. 운동이라곤 해보지 않았는데 수영은 몸에 딱 맞는 옷 같았다. 수영 자체가 재미있었고 하는 대로 실력이 향상됐다. 각종 생활체육 수영대회를 석권했고 48세에 수영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따 스포츠센터에서 수영강사로 일하고 있다. 박 씨는 5월 2018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 산악마라톤에서 8시간54분으로 여자부 우승을 하는 등 최근엔 ‘트레일러닝’의 강자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이현아 부회장
이현아 부회장

이현아 강남구보디빌딩협회 부회장(55)은 웨이트트레이닝 덕택에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가정 주부였던 이 부회장은 첫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뒤인 2006년 어렸을 때의 ‘모델 꿈’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 당시 30, 40대 미시 주부 모델들이 뜨고 있었다. 그래서 미시모델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몸은 날씬했는데 그것만으론 경쟁력이 떨어져 몸만들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근육을 키워 한 때 보디피트니스(보디빌딩) 계에서 잘 나가던 스타로 떠올랐고 모델 꿈을 이뤘다. 지금은 ‘시니어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몸에 근육을 입힌 뒤 ‘20년은 젊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룡보 씨 제공
심룡보 씨 제공

예비역 육군 중령 심룡보 씨(80)는 매주 5일씩 산을 타며 여생을 즐기고 있다. 1990년 9월 전역한 뒤 전국의 산을 타기 시작해 지금까지 1만6000개의 봉우리를 올랐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명산은 물론 전국의 전혀 알려지지 않는 산의 봉우리까지 섭렵하고 있다. 심 씨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 있는 산의 봉우리는 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산을 타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떤 봉우리든 오르면 ‘정복했다’는 성취감을 준다”고 말한다. 그는 군에서 더 이상 진급이 안돼 전역한 뒤 등산에 매진하게 됐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해 2002년까지 8년 동안 1대간 9정맥을 완전히 종주했다. 백두대간엔 정맥 지맥 등이 있는데 거의 다 갔다 왔단다. 그는 “등산을 시작한 뒤 평생 아파서 병원이 간 적이 없다. 늘 공기와 경치 좋은 산에 올라서 그런 가 보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안전하게 운동 즐기는 팁▼

나이 들어서도 별 탈 없이 운동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기본’을 잘 지키고 있다.

김건수 씨
김건수 씨

‘자전거 마니아’ 김건수 씨(61)는 60세를 넘기면서 ‘신(新) 초보자(New Beginner) 운동법’을 실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옛날엔 잘했는데 지금 못한다고 창피해 한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쇠퇴한다. 나이와 체력에 따라 적당히 운동해야 한다”는 게 20년 넘게 운동을 즐겨온 그의 철학. 마라톤 풀코스 다수 완주에 사이클로 전국 4대강 1857km 완주에 제주 둘레길, 남도 횡단, 일본 규슈 일주 등을 끝낸 전문가지만 ‘초심’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김 씨의 초보자 운동법은 <1>과거 아무리 운동을 잘했어도 초보자의 자세로 운동에 임한다. <2>몸이 힘들면 쉬어라. 회복해야 더 잘 즐길 수 있다. <3>성과? 기록? 천천히 가야 오래 즐긴다. <4>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더 즐겁다.(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목표를 정해 정진한다) <5>즐기려는 스포츠를 잘 정리한 책을 ‘바이블’로 삼고 공부한다.


올해 발레와 필라테스를 시작해 운동의 참 맛을 알게 된 주부 우진미 씨(56)는 철저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피트니스센터 등 다니면서도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했던 그는 발레 필라테스 원장으로부터 쓰지 않던 근육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을 배우면서 운동에 빠져 들었다. 4월 발레를 시작했고 6월 필라테스를 병행해 10월까지 15kg을 감량한 배경에 제대로 된 ‘전문가 활용’이 있었다.

1987년 테니스에 빠진 송선순 씨(58)는 화곡어머니테니스클럽에 가입해 지금까지 즐기고 있다. 송 씨는 5차례나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약했고 지금도 회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마니아들이 동호회를 활용한다. 특정 스포츠를 매개로 함께 만나 우의를 다지고 실력을 키우면 훨씬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송선순 씨 제공
송선순 씨 제공

‘마라톤 마니아’ 스테파니 오 씨(59·한국명 오영주)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운동을 즐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고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스포츠 천국’에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그는 30대 중반 달리기에 입문했고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4시간 5분대를 뛰어 ‘4시간 10분 이내’라는 보스턴마라톤 성별 연령별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그는 환갑인 내년 4월 보스턴마라톤 완주란 행복한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스테파니 오 씨 제공
스테파니 오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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