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교민 “물도 전기도 끊겨…교민 주택 100여채 파손”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26일 22시 55분


초강력 태풍 ‘위투(Yutu)’가 강타한 사이판의 교민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도,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 가운데 재건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위투가 사이판이 있는 북마리아나 제도에 진입한 지 하루 만인 26일 현지 교민에 따르면 전신주 300여대가 넘어졌고, 넘어지지 않은 전신주도 기울어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도로에는 넘어진 전신주와 전선이 뒤엉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변압기도 다수 손상돼 전기가 끊겼다.

물 공급 역시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교민은 “사이판은 물 공급에 상수도와 빗물을 함께 이용한다”며 “빗물 탱크와 배관이 온전하면 버틸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상한 상태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시스에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지난 2015년 사이판에 태풍 사우델로르가 닥쳤을 때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교민들은 말한다. 2015년의 경우 사이판 전체에 전기가 복구되는 데 두 달 이상이 소요됐고, 상수도가 공급되는 데에는 한 달 넘게 걸렸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더 걸린 곳도 있어 이번엔 물과 전기 공급이 회복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이판에만 30년 넘게 살았다는 한 교민은 “이런 태풍은 살다 살다 처음”이라며 “(태풍이 들이닥친) 그날 밤은 공포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특히 함석으로 된 주택 및 주택 구조물이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강한 바람에 함석 지붕이 날아가 버린 상황도 관측되고 있다.

한국 교민들은 주로 콘크리트 슬래브로 된 아파트나 단독 주택에 거주한다. 그러나 함석 구조물을 추가한 경우가 많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콘크리트 집 역시 창문이 깨지면서 비바람이 들이쳐 재산 피해가 큰 것으로 보인다.

교민들은 “함석으로 된 집은 형체도 없이 사라진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교민 중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이 살 곳을 잃은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뉴시스에 보내온 사진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내 언론들이 교민 2000여명의 주택 중 4채가 파손됐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는 “적게 잡아도 교민들 가옥 수십채가 완파되거나 반파됐다”며 “대략 100채가 넘는 집이 파손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직접 피해를 입은 교민이 수백명에 달해 교민사회 영향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폐쇄된 사이판 공항의 관제탑 등 핵심 기능 손상이 심해 내달 말까지 항공기 운항이 어려워 물자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교민은 “모두에게 당분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현지 영사 협력원과 한인회를 통해 교민 및 여행객의 피해와 공항 재개 여부 등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외교부는 사이판 공항 재개가 늦어질 경우 오는 27일 군 수송기 1대를 파견해 여행객의 신속한 귀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민들은 미국 정부의 구제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교민은 “미국 정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대응팀이 꾸려진다”면서도 “사우델로르 태풍 당시 외국인 피해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영주권자, 시민권자들에게만 혜택을 준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일처리가 된다면 한국 교민 중 비이민 비자 상태로 있는 사람들이 큰 손실을 입고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이번 위투 태풍에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발이 묶여 국내에서도 사이판 상황에 큰 관심을 가진 것 같은데, 관광객들이 군용기 등을 이용해 다 빠져나가고 나면 교민들 사정은 금세 잊혀질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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