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이 27일 수감되면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공범으로 적시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 수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다음 달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공개 소환한 뒤 올해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 檢 “모든 길은 林으로 통한다”
“모든 길은 임 전 차장으로 통한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서 임 전 차장의 신병 확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을 ‘핵심적 중간 책임자’라고 했는데, 이제는 ‘핵심적 최종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역할과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차례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동향 감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소송 지연 관여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 유출 등을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 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에게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임 전 차장의 혐의 중 상당부분이 공범 관계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른바 ‘양-박-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 林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일 없었어야”
26일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간 20분경까지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선 검사 8명과 임 전 차장의 변호인 5명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300여 쪽의 PPT 자료로 임 전 차장의 범죄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직권남용은 정권교체기의 정치보복 수단으로 자주 활용됐다”며 검찰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한 ‘사법농단’이라는 용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청와대의 부탁을 받고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에 관여한 것에 대해 “저쪽(청와대)이 손발이 없어 도와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임 전 차장 변호인은 “참고자료를 전달했지만 재판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검찰이 재판 구조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민사소송에서 왜 전범기업인 피고의 편에 서고 원고인 100세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한을 품고 사는 것을 몇 년이나 끌며 한쪽말만 듣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마지막에 발언 기회를 얻어 자필로 써온 A4용지 절반 분량의 글을 읽었다. 그는 “좀 더 신중하고 주의깊게 해서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어야 하는데 반성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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