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증거냐” vs “2차 가해”…‘곰탕집 성추행’ 맞불집회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27일 19시 45분


당당위 “피해자 말만 듣고 실형 선고…사법 정의 어디로”
남함페 “성범죄 특수성 이해 못 한 주장…2차 가해 멈춰라”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 맞불집회를 열있다. 이들은 같은 시각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연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를 비판하는 취지로 당당위의 집회 포스터를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2018.10.27/뉴스1© News1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 맞불집회를 열있다. 이들은 같은 시각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연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를 비판하는 취지로 당당위의 집회 포스터를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2018.10.27/뉴스1© News1
# “사법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십시오. 피해자의 눈물은 증거가 아닙니다. 증거로 죄를 판단하십시오.”

# “대부분의 성범죄는 증거가 없는 사적 공간에서 벌어집니다. 이를 위해 자유심증주의가 있는 것입니다. 당당위는 즉각 2차 가해를 멈추십시오.”

‘곰탕집 성추행 판결’을 둘러싸고 상반된 견해를 가진 두 단체가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맞붙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는 이날 오후 1시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1차 사법부 유죄추정 규탄시위’를 열고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피고인을 가해자로 만든 사법부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200m 남짓 떨어진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당당위의 집회를 ‘2차 가해’로 규정한 페미니즘 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당당위는 사실확인도 되지 않은 청원을 토대로 2차 가해 집회를 열고 있다”며 “피해자를 ‘꽃뱀’으로 만드는 2차 가해를 당장 멈추라”고 쏘아붙였다.

◇당당위 “눈물이 증거일 수 없어…사법정의 지켜라”

당당위는 ‘사법부는 각성하라’ ‘범죄의 사실은 검사가 증명하라’ ‘성과가 아닌 정의를 추구하라’ 마녀사냥을 반대한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결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사법부를 규탄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지난 9월5일 곰탕집에서 한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씨에게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다. 이후 A씨의 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남편의 결백을 호소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당위 운영자인 김재준씨(27)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피의자나 피고인은 형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하면서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재판이 진행된다면 우리같은 소시민들은 공권력을 상대로 싸워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김씨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없는 폐쇄회로(CC)TV와 피해자의 증언이 전부였지만, 법원은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오히려 괘씸하다면서 실형을 선고했다”며 “이제 피고인은 유치장에서 홀로 무죄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당위는 집회 성격에 대해 ’절대 남녀 성 대결을 조장하는 혐오집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당당위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닉네임 ’우지‘씨(23·여)는 “우리 시위가 남성을 위한 집회라거나 성 갈등을 조장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보다시피 나도 여자다”라며 “우리는 어느 한 성(性)의 편이 아니라 모든 억울한 사람의 편이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애초 당당위는 집회 참석인원을 3000명으로 신고하고 최대 1만5000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100여명 남짓한 시민들이 모인 상태에서 다소 조용히 진행됐다.

이들은 무죄추정 원칙이 지켜지는 재판과 사법정의 실현을 촉구하는 자유발언을 한 뒤, 이번 곰탕집 성추행 재판이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해 판결됐음을 풍자하는 상황극을 이어갔다.

◇남함페 “성범죄 모르는 소리…당당위 자체가 2차 가해”

당당위의 집회장소와 200m 남짓 떨어진 혜화역 1번 출구에서는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이 맞불집회를 열고 당당위의 집회를 ’2차 가해‘라며 비판했다.

남함페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편파적인 판결을 했다‘는 당당위의 주장에 대해 “성범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하면서 “가해자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피해자를 핍박하는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내밀한 사적 공간이나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는 성범죄는 CCTV와 같은 물적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우리 법원은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핵심 증거로 채택하는데, 당당위는 이런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증거‘만 따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남함페는 “당당위는 한국 형사소송법이 ’자유심증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모르고 있다”며 “자유심증주의에서는 정황증거와 직접증거 사이에 위계가 존재하지 않고, 이번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도 피해자 진술은 ’일관성‘과 ’신빙성‘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당위는 단순히 가해자의 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만 보고 사법부를 비판하는 ’2차 가해 집단‘”이라고 규정하면서 “당당위의 집회 자체가 피해자에게 엄청난 2차 가해가 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함페도 이번 맞불 집회를 ’성 대결‘이나 ’남녀혐오‘로 보는 시각을 단호히 거부했다. 남함페의 한 운영진은 “남함페 운영진 중에서는 남자가 더 많이 활동하고 있다”며 “오히려 홍익대 불법촬영 편파수사 시위가 있었던 혜화역에서 집회를 벌인 당당위가 성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함페도 집회인원을 500명으로 신고하는 등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지만, 이날 집회를 찾은 시민은 50여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당당위의 집회를 비판하는 의미로 당당위 집회 포스터를 찢는 퍼포먼스와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두 집회현장 인근에 경찰관 9개중대 720명여를 배치했지만, 다행히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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