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고령토로 고품질 화장품 생산… 2020년엔 100억 매출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3시 00분


<87> KB코스메틱

KB코스메틱 기술연구소 직원들이 고령토를 소재로 한 스킨케어 화장품의 충전 실험을 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KB코스메틱 기술연구소 직원들이 고령토를 소재로 한 스킨케어 화장품의 충전 실험을 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K-POP? 우린 KOREA BEAUTY입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바이오전문단지에 있는 KB코스메틱(대표 김유근)은 한류(韓流)의 하나인 ‘K-BEAUTY’(미용 한류)를 선도하는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이다. 기술력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지만 강한’ 회사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것도 다른 회사들과 대비되는 점이다.

25일 오후 3시경 KB코스메틱 사무동 3층. 진주바이오산업진흥원(원장 정영철)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 회사 김 대표와 직원들이 화이트보드에 메모를 해가며 동남아 시장 개척을 의논했다. 진열장 화장품의 깔끔한 포장재가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2015년 말부터 ‘사드’의 여파로 중국에서 고전하다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금은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과 기술력은 어느 회사 못지않지만 자본과 인력 부족으로 도약이 어려웠다”며 “설비와 인증, 제품과 인력이 완비돼 이제 힘차게 달릴 일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국립경상대에서 도시공학(학사), 경영학(석사), 화학(박사)을 공부한 김 대표는 2003년 친구 2명과 사업을 시작했다. 황토팩 열풍이 불다가 주춤하던 시기였다. 경남 산청의 한 광물 채굴회사에서 일했던 김 대표는 백토(白土)로도 불리는 고령토(高嶺土)의 독특한 기능에 ‘필’이 꽂혔다. 비금속 광물인 고령토가 일본에서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백토는 산청, 함양, 하동 등지에서 많이 생산된다. 곧바로 화장품과 위장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소를 세우고 경상대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갔다.

2005년 9월 KB코스메틱을 설립한 김 대표는 ‘백토팩’을 출시했다. 초기 매출은 수백만 원으로 보잘것없었다. 고령토를 화장품 원료로 만드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였기 때문이다. 분쇄, 분리, 정제 등 연구 개발을 거듭해 2006년 정부인증 신기술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2008년엔 진주바이오진흥원에 입주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다.

결국 병원시술용 피부기능성 화장품이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기 시작하며 자리를 잡았다. 특허 6건과 국내외 인증, 상표등록도 수십 건이다. 2012년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병원에 납품하는 시술 전용 박피 제품으로는 레드필(Red peel)과 프루트필(Fruit peel)이 대표적이다. ‘수:덤 퍼펙트 솔루션 비비’는 순백토와 고농축 식물 추출물에 바이오 기술을 가미해 만든 제품이다.

화장품은 피부 재생 효과가 있는 EGF세럼과 EGF크림이 인기가 많다. 미백 효과가 좋은 순백토(純白土) 토너, 에센스, 로션, 크림도 잘 나가는 제품이다. 이 회사는 미백, 주름 개선, 여드름 방지, 피부 재생, 자외선 차단 등 40가지 스킨케어 제품만 생산해 1000여 곳의 피부과 성형외과에 공급한다. 수출 시장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0여 개국에 이른다.

이 회사 이영훈 부사장(41)은 “생산직 23명은 모두 지역주민이다. 특히 2007년부터는 국내외 피부과 의사 50명과 협업체제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은 시제품이 나오면 임상시험을 하고 결과를 공유한다. 대규모 자문단 덕분에 제품의 성능 개선도 빨라진다.

김유근 대표(44)는 “현재의 인력과 장비, 판매망을 감안하면 연간 30억∼40억 원의 매출은 만족스럽지 않다. 중국 시장이 회복된다면 2020년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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