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택지지구 30곳 교통대책 분석
도로 신설, 버스-전철노선 연장 등 미뤄지거나 방치돼 입주민 큰 고통
“개발할 30만채도 교통지옥 만드나”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에 사는 이모 씨(48)의 직장은 서울 중구 명동. 아침마다 ‘콩나물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반가량 출근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 씨가 위례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건 5년 전인 2013년. 망설이다 “곧 위례신사선 경전철이 개통되면 강남까지 20분”이라는 분양사무소 직원의 설명을 듣고 결정했다. 이 씨는 200만 원대 지하철 공사비용 분담금까지 내며 분양을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초 이 씨가 입주한 뒤 위례신사선은 기약 없이 주민들의 애를 태웠다. 근처를 지나는 버스 노선도 3개뿐. 버스회사들은 “적자노선은 못 만든다”며 노선을 추가하지 않았다. 그런 위례신사선은 25일 10년이 지나서야 사업 진행을 위한 첫 관문인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전철만 속을 썩인 게 아니다. 2013년 완공하겠다던 제2양재대로는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이 씨는 “도시 환경이 100점이면 뭐하냐. 교통은 20점”이라고 했다.
이런 사례는 위례신도시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 대규모로 조성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의 97%에서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실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수립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30곳의 주요 교통사업 89건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이 중 86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시 조성 당시 장밋빛이던 교통사업 대부분이 결과적으로 ‘묻지 마 사업’이었던 셈이다.
10년 넘게 지연되거나 기약 없이 방치된 사업이 4건 중 1건(24%)꼴이었다. 경기 양주신도시 회천지구의 국도 3호선 5.5km 구간 확장사업은 2010년 준공됐어야 했지만, 현재는 2025년으로 15년 연기됐다.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면적이 100만 m² 이상이거나 수용인구 2만 명 이상의 대규모 개발사업은 시도지사가 반드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사업 지연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9·13부동산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수도권 공공택지에 30만 채를 새로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신도시 교통지옥이 오히려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의원은 “현재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이번 30만 채 공급대책 결과로 만들어지는 신규 택지의 주민들도 열악한 교통 인프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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