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장하는 ‘태양광 연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매달 200만 원 이상 또박또박 나오는데 어지간한 오피스텔, 상가 투자보다 낫죠.”
29일 경기 여주시에서 태양광 발전소(발전용 토지와 설비)를 분양하는 A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분양광고를 보고 전화했다고 하자 “정부가 규제하는 부동산과 달리 태양광은 국가 장려사업이라 사업자대출도 잘된다. 20년간 전기 판매수익을 챙긴 뒤 토지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지난해 1월부터 ‘장기 고정가격 입찰계약’ 제도가 실시되면서 20년간 한국전력에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팔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장점이다.
분양가는 100kW급 발전소 1기(토지 기준 992m²)당 2억5000만 원. 생각을 더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는 “대기자가 줄 서 있다. 가계약금 100만 원이라도 빨리 걸어야 한다”고 재촉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했다. 그 덕분에 올해 9월까지 태양광 에너지 신규 보급용량은 1410MW로 지난해 연간 보급용량(1211MW)을 넘어섰다. 태양광 사업이 투기화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지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훼손될까 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태양광 분양 실태를 보기 위해 분양회사 3곳에서 직접 상담을 받아봤다. 이들은 모두 “매달 200만 원 이상 수익이 난다. 연 수익률이 10%대로 높다”고 홍보했다. B사는 “정부나 지자체 규제가 늘 수 있어서 얼른 분양을 받아야 한다”고 재촉했다. “논밭에 태양광 시설을 들여놓으면 잡종지로 변경돼 땅값이 크게 뛴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C사는 “태양광 시설이 무한정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는 사업권 자체에 막대한 권리금이 붙을 것”이라고 했다. 분양가는 100kW급 1기당 2억3500만∼2억5000만 원 정도. 계약금으로 2500만∼4000만 원을 내고 이후 중도금, 잔금을 치른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 확산으로 산지 훼손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는 임야에 새로 들어서는 시설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에 부여하는 가중치를 낮췄다. 분양업체들은 이 점을 노려 “이번 달부터 산지의 가중치가 낮아졌으니 아직 가중치가 낮아지지 않은 논밭 태양광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했다.
일부 업체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방식을 제시했다. 계약금만 내서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받고 몇 달 뒤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행위허가를 내주면 웃돈을 얹어 되팔라는 것이다. 전남 진도군의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하는 C사 관계자는 “5기를 한꺼번에 분양받아 전매하는 사람도 있다. 전남에선 개발행위 허가를 받으면 1기당 최고 5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웃돈은 회사와 절반씩 나눈다”고 했다.
이처럼 분양업체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개발행위 허가가 지연되거나 불허돼 투자자들의 돈이 묶이는 등 피해가 생기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 7월까지 전국 지자체가 허가를 내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9만2189건 중 실제 사업이 개시된 건 2만5660건(27.8%)에 그쳤다.
실제로 50대 박모 씨는 지난해 강원 모처에서 계약금 5000만 원에 태양광 발전소를 분양받았는데 개발허가가 안 나자 분양업체가 경북에 대체토지를 제공했다. 박 씨는 다른 피해자보다 먼저 대체토지를 받으려고 7월 급행료 1억 원을 추가로 냈다. 그런데 새 사업장도 주민 반발로 허가가 안 나오고 있다.
태양광 분양업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분양업체는 전체 토지가격의 10∼20% 계약금만 걸어놓고 태양광용 토지를 확보한 뒤 개인에게 분양을 해버리기 때문에 리스크가 별로 없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땅을 비싸게 확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반면 수익을 높이기 위해 발전용 시공비는 낮추려 하기 때문에 부실공사의 우려도 크다.
정부도 이런 점을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농지 태양광도 잡종지 변경을 금지하고 발전사업권 매매를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규제를 너무 강화하면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본래 취지에 어긋나 고민”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