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항생제 남용, 아토피-비염 위험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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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청소년 562만명 분석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자주 먹으면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져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김수환, 김도현 교수 연구팀이 2006∼2015년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562만 명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31일 연구팀에 따르면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료 받은 소아청소년을 연간 항생제 복용 일수에 따라 △1∼15일 △16∼30일 △31∼60일 △61∼90일 △91일 이상 등 다섯 그룹으로 나눈 뒤 한 번도 항생제 처방을 받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항생제를 한 번도 먹지 않은 그룹에 비해 31∼60일 항생제를 처방받은 그룹은 발생 위험이 2.74배로 높았다. 61∼90일 처방 그룹은 5.19배, 91일 이상 처방 그룹은 무려 10.45배로 아토피 피부염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항생제 처방 일수와 질환 간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알레르기 비염이었다. 31∼60일 항생제 처방 그룹은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알레르기 비염 발병 위험도가 7.4배로 높았다. 61∼90일 처방 그룹은 10.63배, 91일 이상 처방 그룹은 13.45배로 발병 위험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연구팀은 항생제 사용이 높을수록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를 ‘위생가설’로 설명했다. 위생가설은 너무 깨끗한 환경 때문에 오히려 병원체와 접촉할 기회가 적어지면 면역체계가 약해져서 병에 더 잘 걸린다는 이론이다. 김수환 교수는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우리 몸에 균이 줄고 균과 접촉해야 강해지는 면역력조차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항생제 사용 빈도가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국내 하루 항생제 사용량은 1000명당 34.8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다. 하루에 국민 1000명 중 34.8명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항생제 소비량은 21.1DDD로 국내의 60%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조상헌 알레르기내과 교수도 “영유아 시절 항생제 남용은 장내 유해균뿐 아니라 유익균 손상을 가져오고 결국 전신 면역에 영향을 준다”며 “이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런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천식 및 알레르기 분야 국내 최고 영문학술지인 AAIR(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서울성모병원#항생제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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