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SK그룹의 사회공헌 전문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이 주최한 기부 파티 ‘2018 행복얼라이언스 데이, 함께해서행복해’ 행사가 열렸다. 토크 콘서트에 연사로 참여한 비타민엔젤스 설립자인 염창환 박사는 “기부는 작은 물건을 하나 사는 것처럼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엔젤스는 소비자가 비타민 한 통을 구매할 경우 다른 한 통을 저소득 가정 어린이, 취약계층 등에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번 행사는 ‘일상 속 나눔으로 행복을 채우자’는 슬로건 아래 시민들이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행사는 사회적 기업 50개가 참여한 플리마켓(벼룩시장), 일상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명사들의 토크 콘서트와 뮤직 콘서트로 구성됐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 2500여 명이 참여해 일상 속 나눔에 함께했다.
“파우치를 사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는 데 기부된다고 해서 샀는데 품질도 만족스럽네요.” 딸 최성령 양(15)과 행사장을 찾은 장남희 씨(44·여)는 플리마켓에서 구매한 물품을 봉지에서 꺼내며 웃었다. 장 씨는 녹차와 밀크티 베이스, 화장품 파우치를 구매했다. 장 씨는 “시중보다 살짝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일에 쓰인다는 생각을 하니 그 정도는 충분히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플리마켓에는 사회적 약자에게 수익을 나누거나 부산경남 지역 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모였다. 이날 플리마켓을 통해 판매한 상품의 수익금 일부와 입점비는 저소득 가정 아동들을 위해 기부된다. 사실상 기업들은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입점한 것이다.
플리마켓에 참여한 기업들은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했다. 양수연 블룸워크 대표(24·여)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회적 기업 제품은 질이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없앨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블룸워크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그린 작품으로 엽서, 필통, 양초 등 제품을 만들고 수익금을 다시 작가들에게 지급한다.
‘부산’, ‘해운대’ 등의 문구가 적힌 셔츠, 모자 등을 제작하는 웨이브유니온 대표 강다연 씨(24·여)는 “처음에는 이게 뭐냐며 의아해하던 분들도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고개를 끄덕인다”고 전했다. 강 씨는 웨이브유니온을 통해 부산 시민들에게 지역 소속감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쌀쌀한 바닷바람 속에 야외극장에서는 슈퍼주니어 이특과 개그맨 이동우의 사회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연사로는 염 박사와 ‘호통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씨가 나섰다. 이들은 거창한 것을 나누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몬디 씨는 ‘무엇을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대해 “지나가는 아이에게 미소를 나누는 것도 나눔”이라며 “나눔은 자기 방식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천 판사도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축구를 함께 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며 ‘일상 속 작은 나눔’을 강조했다.
뮤직콘서트에서는 가수 f(x) 루나, 볼빨간사춘기, 10cm, 뮤지컬 배우 정선아와 한지상이 관객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눴다. 가수 루나는 어릴 적 동네 발레학원 선생님의 배려로 무료로 춤을 배웠던 경험을 공유했다. 루나는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면 나눔”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임예진(21)·연주(19) 자매는 “예쁜 물건을 사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뿌듯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성기찬 씨(23)는 “커피 한 잔을 소비할 때도 내가 쓴 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왕 소비하는 거 ‘착한 상품’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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