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가들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인 2017년 5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철창에 갇힌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동아일보DB
1일 대법원으로부터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판결을 받은 당사자 오모 씨(34)는 “앞으로 대체복무 도입 등이 남았는데, 이것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오남용 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며 “이런 우려를 없앨 수 있도록 성실히 (대체) 복무를 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오 씨는 이날 서울 서초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뒤 취재진과 만나 “선고 초반에 결정 취지가 나와서 마음이 놓였다. 용감한 판결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 수준 높은 관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세월 간 2만여 명에 달하는 (병역거부자) 선배·동료들의 인내가 있어 이런 판결이 있을 수 있었다”며 “현재 계류 중인 약 930여 건의 판결도 전향적·긍정적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 씨의 변호인인 오두진 변호사도 고무된 표정으로 “병역거부자에게 무죄 판결이 처음 나온 것이 2004년이었는데 그로부터 14년 만에 대법원 판결이 바뀌었다”며 “그동안 감옥밖에 갈 데가 없었던 청년들이 이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범죄자 신분이 아닌 상태로 (살 수 있게 됐다). 대법원에 그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홍대일 대변인도 “단순 병역기피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분명히 구분해줘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다른 계류 중인 사건에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한다. 선량한 젊은이들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 않으면서 대체복무로 사회에 많은 일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오 씨는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2심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처벌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오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선고했다. 대법원은 올 6월 18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1일 오 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다수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오 씨는 앞으로 창원지법 합의부에서 파기환송심을 받게 된다. 법원은 그의 병역거부가 실제로 ‘양심적’ 거부였는지를 심리한 뒤 이 점이 인정될 경우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무죄를 선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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