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일행들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단에 대포전화기를 전달하는 범죄 흐름도.(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유령법인을 설립해 그 명의로 대포전화기 수백개를 만들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 넘긴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단말기까지 전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영화제작자 강모씨(44) 등 4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최모씨(57) 등 14명을 공정증서원본 등 부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 등은 2017년 6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 33개를 만들어 그 명의로 대포전화기 860개를 개통해 중국 보이스피싱에 팔아 넘겨 10억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챙긴 혐의다.
강씨 등은 2012년부터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새로운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던 중 실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의 인터뷰에서 “콜센터에서 사용할 전화기(일명 키폰)를 개통해 중국으로 보내주면 전화기 1개 당 250~400만원에 매입하겠다”라는 제안을 받았다.
강씨 일행이 피해자가 법인으로 사업소를 등록한 곳에 먼저 찾아가 마치 사무실이 있는 것처럼 꾸며놓은 모습.(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이들은 먼저 유령법인을 만들기 위해 불법 콜센터 차린 뒤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 문자를 무작위로 발송했다. 이후 대출희망자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그들의 인적사항을 유령법인을 만드는데 활용했다.
이들은 법인이나 사업소를 만들면 통신사의 의심을 쉽게 피하면서 대포전화기를 대량으로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개인정보를 악용당한 피해자는 12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유령법인을 통해 구입해 대포전화기를 인천, 평택항을 통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배송했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단들은 강씨로부터 전달받은 대포전화기를 활용해 국내로 금융사기를 벌였고, 이로 인한 국내 피해자는 모두 135명으로 집계됐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영화제작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 4월부터 국내전화를 분석하다 보니 일정한 법인 명의로 번호를 개통하는 등 전화금융사기 조직단이 있다는 점을 의심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전화금융사기 근절을 위한 강력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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