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MRI 보험’ 확대 한달 혼선, 환자는 무조건 찍어달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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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심한 두통에 시달려온 40대 A 씨는 지난달 병원을 찾았다. 뇌질환이 의심돼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받으면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소식에 MRI를 찍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만류했다. “두통 이외에 뇌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A 씨가 계속 검사를 요구하자 의사는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비급여’로 찍어야 한다고 맞섰다. 실랑이 끝에 A 씨는 검사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섰다.

뇌질환 MRI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환자와 의사들 사이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뇌종양이나 뇌경색이 의심돼 MRI 검사를 받으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과거에는 진단 결과 중증 뇌질환 판별을 받아야만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결과와 상관없이 검사 전 의심만으로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MRI 검사 시 환자 부담은 일반 병원일 경우 41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30만 원이나 줄어든다.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선뜻 MRI 검사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부는 MRI의 건강보험 확대를 고시하면서 뇌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 증상을 고시에 담았다. 두통의 경우 △급격한 발생 △발열·오한·구토 중 1개 동반 △수면 중 또는 기상 후 발생 등을 포함해 모두 7가지를 뇌질환 의심 증상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 중 하나에 해당하면 뇌질환 의심 증세로 보고 MRI 촬영 시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웬만한 두통 환자라면 7가지 증세 중 하나 정도는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 병원의 신경과 교수는 “머리가 아파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정부 고시에 담긴 증세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 환자는 드물다”며 “그렇다고 무조건 MRI를 찍어주면 나중에 분명 과잉검사라며 보험료가 삭감되는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 MRI 검사에 따른 보험료 청구가 쇄도하면 가뜩이나 올해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삭감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의심이다.

이는 지나친 기우가 아니다. 과거에도 정부는 진단 결과 중증 뇌질환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뇌질환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으면 MRI 검사 시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상은 대부분 삭감됐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 정착을 위해 시행 후 6개월까지의 모니터링 기간에는 진료비를 삭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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