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박시환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65)은 1일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확정 선고가 난 직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로 일하던 2002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 A 씨 측이 “병역법이 양심실현의 기회를 주지 않고 처벌조항만 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정신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당시 박 전 대법관은 “현역 입영 거부자 처벌 규정이 양심적,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된다면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훼손되는 것”이라며 A 씨의 보석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 사법부가 여론 다수의 측면이 아닌 법리적, 합리적 정의의 관점에서 여론을 선도해나가는 기능을 한 것”이라며 “(최고 법원이) 어느 정도는 과감하게 합리적, 인권적 측면에서 빨리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늦게나마 그런 길을 찾게 돼 다행이다”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법관은 사법부와 후배 법관들에게 진심어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불복하고 하급심에서 판사들이 노골적으로, 의식적으로, 고의적으로, 의도적으로 치받는 판결들을 해온 건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독립된 재판을 하면서 각자 가치 있는 판결을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가 사법부를 훨씬 건강하게 만들고, 좋은 결론으로 찾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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