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인 930여명 곧 무죄 선고 예상… 형 확정된 수감자에 소급적용은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정부-대통령 사면 있어야 석방

대법원이 1일 기존 판례를 뒤집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930여 명에게 곧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이들은 사면 등을 통해서만 구제받을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모두 227건이다. 전국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재판을 받는 이는 930여 명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 판단은 그동안 재판부마다 유무죄가 엇갈려 왔다. 대부분의 하급심 재판부는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징역 1년 6개월 형의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대법원 판례와는 정반대로 하급심 재판부가 44건이나 무죄 판결을 했다. 이번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자연스럽게 하급심 판결들이 무죄 취지로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올해 6월 말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 조항이 없는 병역법에 대해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병무청 고발 사건 22건 정도의 수사를 보류해왔다. 검찰은 피고발인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 모두 무혐의 처리하기로 했다.

대법원 판례가 바뀌었더라도 이미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인 수용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률의 효력이 즉각 상실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달리 대법원의 판례 변경은 향후 재판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급 적용도 불가능하다. 판례 변경은 재심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1949년 병역법 시행 후 최근까지 모두 2만여 명이 처벌받았다.

일각에선 법무부 차원의 사면·복권이나 가석방, 대통령의 특별사면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면이나 복권이 이뤄지면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 중인 71명은 즉각 풀려나고 형기를 마친 이들도 전과기록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 복권이나 형 집행정지는 검토한 바 없다. 헌재 결정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가석방 요건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양심적 병역거부#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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