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며 200일 넘게 본부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들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린 건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일 임수빈 전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등 12명이 대학교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서울대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징계를 한 만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은 학생들이 징계위원회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위원회 개최 장소를 알리지 않았다”며 “장소를 고지받지 못한 학생들은 징계위에 출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징계위원들은 학생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며 “중징계를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징계위 개최 전 진술권 포기서를 내지 않았고, 출석 통지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점만으로 의견진술 기회를 포기했다고 할 수 없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어 징계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016년 8월 학교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을 두고 대립하던 중 같은해 10월10일 본관을 점거해 지난해 3월11일까지 153일간 농성에 나섰다.
이후 5월1일 본관을 재점거해 다시 75일 동안 점거를 이어갔고, 시흥캠퍼스 협의회 발족과 함께 지난해 7월14일 농성을 해제했다.
이후 학교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228일 동안 본부를 불법 점거해 막대한 행정 차질을 초래했다. 징계위원회 출석을 거부하는 등 반성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임 전 부회장 등 8명에게 무기정학을, 4명에겐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무기정학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처벌로, 서울대가 교내 갈등으로 학생에게 무기정학 징계를 내린 건 2005년 등록금 점거 농성 이후 12년 만이었다.
다만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지난해 12월5일 “교육 차원에서 징계한 것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철회하는 게 맞다”며 총장 직권으로 징계를 철회했다.
농성 당시 본부점거본부 정책팀장을 맡았던 이시헌 학생은 선고 직후 “불의에 맞선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너무 지당한 결과”라며 “학교가 소송으로 매몰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항소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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