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범으로 지목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기 김포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37)와 '맘카페'에 조카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글을 쓴 이모 B 씨 간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B 씨는 지난달 11일 김포 지역의 한 맘카페에 자신의 조카가 당한 일이라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B 씨는 어린이집 실명을 공개하며 소풍에서 조카가 A 씨에게 안기려고 했지만 교사가 돗자리 흙털기에만 신경을 써서 조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현장 상황을 보지 못했고 10여 명의 인천 서구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했다.
이후 해당 맘카페에는 A 씨에 대한 비판 댓글이 쏟아졌고 A 씨의 신상이 공개됐다. 그리고 13일 새벽 A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가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유서도 발견됐다.
A 씨의 모친은 지난달 19일 A 씨의 신상을 유포한 맘카페 회원과 A 씨에게 물을 뿌렸던 것으로 알려진 B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16일 어린이집 원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B 씨가 물을 뿌렸고 소리를 질렀다.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는 안 했지만 우리가 꿇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MBC '실화탐사대'는 A 씨가 B 씨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날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A 씨는 따지러 온 B 씨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아이한테 상처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에 B 씨는 "아이가 만만해 보였습니까. 선생님도 자식이 있습니까. 있습니까?"라고 묻자 A 씨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자식이 없는 분이 어떻게 어린이를 돌보나요. 내가 키워보지 않았는데"라고 따졌다.
그러자 A 씨는 "아니에요. 저 아이 진짜 많이 예뻐했어요.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B 씨는 "예뻐하는데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데 국화꽃 축제에 가서 그 진흙 바닥에... 아이의 상처는 생각 안 해요? 트라우마로 남았을 생각 안 해요. 정신적 치료비 어떻게 해결하실 건데요"라고 물었다.
A 씨가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라고 울먹거리자 B 씨는 갑자기 "아니요!"라고 괴성을 질렀다. 이어 A 씨가 "잘못했습니다. 진짜 잘못했습니다. 이모님"이라고 사과했다.
A 씨의 사망 후 B 씨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B 씨는 '실화탐사대'를 통해 "살면서 처음 겪어봤는데 너무 아파요. (댓글을) 보는데도 아프고 들었는데도 아프고. 길을 걸어 다니는데 모든 사람이 날 보는 것 같아요"라고 호소했다.
제작진이 "A 씨도 그렇게 힘들 거라 예상 못 했나요"라고 묻자 B 씨는 "죄책감이, 제가 뭐가 어떻게 됐든 사람이 죽은 거잖아요"라고 했다.
이어 B 씨는 A 씨가 느닷없이 무릎을 꿇었고 그 바람에 당황해서 물을 엎질렀다고 주장했다. 맘카페에 글을 올린 건 어린이집 공식 사과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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