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사 처벌해선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갑론을박인 가운데 앞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해 옥고를 치렀던 이용석 씨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체복무 방안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평가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심사 기구를 국방부에 두고, 이들이 36개월 동안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복무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안으로 떠오른 상황.
이용석 씨는 2일 cpbc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김혜영 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2배인 36개월로 하는 것은 가혹하다”라며 “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한 판단이라기 보다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접근한 것 같다. 해당 방안은 인권적인 면에서 후퇴해 있는 안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 기피로 악용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을 가장 쉽게 제어할 수 있는 게 복무 기간이다. 군 복무보다 대체복무를 더 길게 해서 양심이나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면 선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고 기간의 차등을 둘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국방부가 두 배의 근거로 삼는 것은 국민 감정인데 이것은 굉장히 모호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용석 씨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역병의 1.5배 근무가 가장 적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며 “해당 안(현역 복무기간의 2배)은 국민 감정과는 별개로 굉장히 징벌적인 안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1일 있었던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조금 늦었지만 훌륭한 판결이다. 조금씩 우리 사회가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확장시켜가는 모습이 기쁘다”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어 “갑자기 하루 아침에 뚝딱 나온 판결이 아니다. 118건의 하급심 무죄 판결이 있었고, 지난 14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대법원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상징적으로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한 국민인식도 많이 달라졌고, 최근 개선된 남북관계 또한 전향적 판결에 영향을 미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이 220건이 넘는다. 이 사건들도 같은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병역거부가 이뤄지지 않도록 ‘양심적병역거부자는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된다’라고 명시한 재판부 기준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이걸 악용하는 사람들을 우려하는데 충분히 이해된다. 다만 이것은 대법원이 아니라 국회나 정부에서 조금 더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다. 대체복무제를 악용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사람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기피의 수단을 찾다 보니까 대체복무제를 악용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결국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것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지금 군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 현역 군인들의 처우나 인권개선 이런 노력을 정말 열심히 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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