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 시절 쿠데타 의혹으로 군 지휘관이 숙청된 이른바 ‘윤필용 사건’ 당시 불법 고문에 시달린 끝에 전역한 전 육군 중령이 '전역 처분을 무효로 확인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박모 전 중령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보안사 소속 조사관들의 강요, 폭행, 협박으로 전역지원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4월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한다”고 말해 윤 전 사령관과 부하 장교들이 숙청된 사건.
윤필용 씨는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박정희 정권의 군내 실세였다. 하지만 ‘윤필용 사건’ 이후 업무상 횡령 등 10가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등병으로 강등돼 옥살이를 하다 1975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윤 씨는 1980년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한국도로공사 사장, 담배인삼공사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와 가까운 장교들도 대거 군복을 벗고 쫓겨났다. 이들 중 일부는 2000년대 이후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중령에 따르면 그는 월남전 파병 기간 중이던 1968∼1970년 윤 전 소장과 인연을 맺었고, 귀국 후 수도경비사령부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박 전 중령은 윤필용 사건 조사가 진행되던 1973년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압송됐다고 한다.
그는 보안사 조사관들로부터 윤 전 소장과의 관계, 하나회 명단 등에 관해 조사를 받은 후 전역지원서를 쓸 것을 요구받았지만 거부했고, 구타와 협박을 당한 후 공포감에 전역지원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만22세의 나이에 소위로 임관해 전역 당시 만37세로 계급은 중령이었다"며 "원고가 자진해 전역을 지원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빙고 분실로 연행돼 박 전 중령과 같은 조사를 받은 증인이 당시 보안사 대공처장으로부터 "박 전 중령도 잡혀 왔다. 견디기 힘들 것이다. 군생활 여기서 끝나지 않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증언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윤필용 사건으로 전역 처분을 받은 장교들이 가혹 행위로 전역지원서를 작성했고, 그에 기초한 처분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이 보안사 조사관들로부터 고문 등의 가혹 행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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