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금지 이행여부 단속에 나선 가운데 현장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20원을 내야하는 고객은 물론 20원을 받아야 하는 업체들까지 거의 모든 관계자들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5일 오후 1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금지 이행여부 집중 단속에 나섰다. 주요 점검내용은 대규모 점포나 도소매업종의 1회용봉투·쇼핑백 무상제공 여부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있는 이 같은 내용을 위반하면 최대 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점검반은 이날 매장 내 1회용 봉투와 쇼핑백의 무상제공 여부를 점검했다. 동시에 속비닐 사용량 감축, 유색코팅 트레이 사용억제, 상품 추가포장 자제, 재사용종량제 봉투 사용, 포장용 박스 비치, 소비자 대상 장바구니 사용 권고 등을 권고했다.
단속과정에서 고객에게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주다가 적발된 사례는 없었지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날 오후 영등포구 모 편의점을 찾은 한 고객은 단속반과 함께 있는 기자에게 “비닐봉투 값으로 20원을 받으면 공해 유발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봉투 소재를 종이나 바구니로 교체해야지 20원 받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고객은 “정책을 제대로 내놔야지. 우리가 20원 때문에 비닐을 안 쓰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점원들도 비닐봉투 값 요구에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편의점에서 일하던 점원 이모씨는 “손님들이 다른 비용에는 관대한데 비닐봉투에 들어가는 20원은 유독 아끼려 한다”며 “(2016년말에는) 비닐봉투 값 20원 때문에 살인이 나기도 했지 않냐”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점원 서모씨는 “이마트에서 돈을 받으면 별말 안하시던데 작은 편의점에서는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점원은 “비닐봉투를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이 아직 확고하지 않은 것 같다”며 “비닐봉투도 20원 받고 판다는 게 인식이 되도록 홍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가 비교적 잘 정착된 것으로 알려진 대형마트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인근 대형마트 점원은 “고객 인식이 아직 바뀌지 않아 클레임이 많다. 별것도 아닌데 왜 돈을 받냐며 계산원에게 항의하는 분들이 있다”며 “(비닐봉투 값을 요구하면) 기분이 나쁘다면서 샀던 것을 그대로 놓고 가는 손님도 있다. 인식이 확산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비닐봉투 소비량이 많은 약국 역시 이 정책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근 약국 약사 김모씨도 “정책 취지는 좋은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골손님들이 야속하게 생각한다”며 “비닐봉투 값을 받으면 어떤 분은 삐치기도 한다. (20원짜리 비닐봉투 때문에) 손님 유치에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1회용품 단속에 일관성이 떨어지고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부터 커피전문점 매장 안에서 1회용 플라스틱컵으로는 음료를 마실 수 없지만 정작 1회용 종이컵은 규제대상에서 빠져있다. 1회용 종이컵은 아직 과태료 부과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1회용 플라스틱빨대 역시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봉투 등 1회용품 사용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조윤환 시민소통팀장은 이날 단속 현장을 둘러본 뒤 “비닐봉투 1장이 100만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정도 양이 바다에 버려지면 물고기, 고래, 바닷새 등 해양생물이 먹는다. 이후 생물농축을 통해 독성이 한층 강해져서 식탁에 올라오면 인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그러면서 “서울환경연합은 폐현수막 등으로 에코백을 만든다. 실생활에 버려진 옷, 천으로 가방을 만들 수 있다. 다회용 봉투를 만들 수 있는 소재는 많다”며 “다회용 봉투 활용을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면 포인트를 부여하거나 할인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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