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이 초중고교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기로 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치원 감사는 공금 유용 등 회계 쪽이 대부분이라면 학교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이나 시험 문제 출제, 출결이나 봉사 기록 등 입시와 연관된 부분이 많다. 학부모들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감사 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되면 다음 달 중학교 3학년의 고교 지원을 앞두고 비선호 학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 감사 결과는 학생부 등 입시 관련 내용 많아
6일 본보 취재팀은 그동안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부산 울산 전남 경남 제주 등 5개 교육청을 비롯해 학교 이름이 나오지 않은 나머지 시도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분석했다. 회계는 물론이고 학부모들이 우려했던 대로 학업 등 민감한 부분에서 비위가 드러났다.
대전 A고교의 한 교사는 성적이 좋은 학생 10여 명에게 상을 중복해서 준 사실이 올해 초 교육청에 적발됐다. 이 교사는 과거에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에게 봉사를 많이 했다는 추천서를 써주고 명문대에 합격시켜 중징계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대전 B고교는 무단결석이나 지각을 한 학생들의 학생부에 개근상을 받았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 C고교는 2015∼2016학년도 정기고사에서 문제 검토를 제대로 안 해 29개 정답을 바로잡았다. 서울 D고교는 2016학년도 1,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년도와 똑같은 문제를 21개 출제했다.
전남과학고는 2017학년도에 학생 두 명이 결석했는데도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학생부에 기록해줬다. 전남 목포덕인고는 2014∼2015학년도에 결석한 학생 17명이 창의적체험활동에 참여했다고 기록한 사실이 적발됐다. 부산 학산여고는 2014학년도에서 2017학년도까지 상당수 교사가 수행평가에서 학생 대부분에게 만점이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사실이 적발됐다.
교육청이 홈페이지에 익명 또는 실명으로 감사 결과를 공개해도 이 사실조차 모르는 학부모가 많았다. 하지만 모든 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된다면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사 결과는 학부모가 해당 학교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2 자녀를 둔 김모 씨는 “학생부 관리에 믿음이 안 가는 고교에 내 자녀를 보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상을 몰아줘서 입시 성과가 좋은 고교라고 한다면 내 아이가 그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보내겠느냐”고 했다.
○ 실명 공개, 교육부의 ‘사학 길들이기’ 지적도
일각에서는 교육 당국이 학부모들의 불만 제기를 빌미로 유치원에 이어 초중고교 등 사립학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교육청 감사는 사립에 집중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 종합감사는 공립·사립 구분 없이 3∼4년 주기로 하지만 특정 감사는 사립이 대다수다.
지금까지 각 시도교육청은 사립의 경우 사립학교법상 징계를 강제할 수 없다며 불만이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실명이 공개되면 학부모의 불만이 속출해 교육청의 징계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감사 결과에 대해 학교에 강력하게 항의한다면 학교가 마냥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감사 결과 실명 공개가 학부모에게 유용한 정보인데 지금까지 교육감들이 공개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2개 시도교육청이 감사 결과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던 건 법령을 소극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정보 중 하나로 ‘감사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이름이 공개되면 학교에 불명예가 될 수 있어 그동안 공개를 안 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청들은 제보로 감사에 착수한 건은 민원인 신분 노출 우려로 감사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학교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경우 실명을 공개할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소송 중인 감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현재 익명으로라도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는다”며 “이런 것까지 공개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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