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증거 없지만 18개 ‘정황’ 적시… 법원 “범죄사실 소명” 영장 발부
경찰 “야근때 문제 보관 금고 열어”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가 6일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모든 질문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진술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4차례 경찰조사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던 A 씨는 이날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심사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변호인은 심사가 끝난 뒤 “경찰은 추측만 가지고 있지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의 범죄 혐의가 상당부분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유출된 시험지나 정답지, 유출 장면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A 씨가 시험지와 정답지를 빼돌렸다는 정황 증거 18개를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는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사흘 전, 기말고사 닷새 전에 각각 야근을 하며 시험지와 정답지가 보관된 금고를 열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이날 외에는 시간외근무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A 씨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직접 금고를 열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결재되지 않은 시험지를 넣기 위해 금고를 열었고 당시 동료 교사가 함께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에서 영어·과학·수학(미적분)시험 문제 정답이 적힌 메모를 발견했고, A 씨 자택에서 영어시험 문제 정답이 적힌 쪽지를 확보했다. 누군가로부터 정답을 미리 건네받은 정황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쌍둥이 동생이 정정되기 전의 정답을 적어낸 것도 유력한 유출 정황 중 하나다. 쌍둥이 동생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화학시험 서술형 문제에 ‘10:11’이라고 답했다. 이 문제의 정답은 시험 이후 ‘15:11’로 정정됐는데 정정 전 오답을 적은 사람은 전교생 중 쌍둥이 동생이 유일했다.
경찰은 A 씨가 구속됨에 따라 추가 조사를 통해 자백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다만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학부모와 졸업생들로 구성된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A 씨 구속은 당연한 결과”라며 “철저한 조사로 깨끗하고 공정한 ‘숙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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