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살인사건 피해자, 왜소하지만 거인이었던 “자야 언니”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7일 07시 44분


“남 위해 궂은일 마다치 않는 진짜 착한 사람”
“마음 넉넉한 우렁각시…그래서 더 슬퍼요”

6일 거제 살인사건 현장인 경남 거제시 고현동  선착장 인근에 마련된 피해자 추모공간에 놓인 국화와 음식. 2018.11.6/뉴스1 © News1
6일 거제 살인사건 현장인 경남 거제시 고현동 선착장 인근에 마련된 피해자 추모공간에 놓인 국화와 음식. 2018.11.6/뉴스1 © News1
‘거제 잔혹 살인사건’의 피해자(58·여)는 키 132cm, 몸무게 31kg의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마음씨만은 ‘거인’으로 추억되고 있었다.

비록 힘겹게 생활했지만, 마음 씀씀이만은 늘 넉넉했기 때문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자기 입에 들어가는 건 아까워하면서도 남 주는 건 아까워하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남 거제 고현동 주민들이 그를 ‘자야’ 또는 ‘자야 언니’ ‘자야 누나’로 불렀다. 그의 이름에서 딴, 애정이 듬뿍 담긴 사투리였다.

그와 13년 동안 가깝게 지냈다는 A씨(54·여)는 목은 쉬고 두 눈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A씨는 “도로에 피가 흥건해 물어보니 자야 언니가 맞아서 죽었다고 했다”며 “언니가 신발을 못 신고 (저세상으로) 갔다고 해서 시장에서 2만3000원을 주고 운동화 한 켤레를 사서 태워드렸다”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바다에서 고동을 잡아 시장에서 팔던 A씨에게 피해자는 “동생아, 내가 팔아줄까?”라고 말을 걸면서 먼저 다가왔다고 한다. 이때가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A씨는 “혼자 계시다 보니 제가 물질하러 가면 항상 따라와서 고동도 잡아주고 망태기도 대신 들어줬던 언니였다”며 “내가 어묵 장사 할 때도 항상 도와주던 언니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거나 약주를 하고 자리를 비우면 늦은 시간에도 술병이나 담배꽁초를 맨손으로 주우면서 뒷정리를 했다.

장갑을 줘도 끼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주워 쓰레기를 치웠다. 언제나 남을 위해 부지런히 주변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우렁각시’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의 이득이 없어도 흔쾌히 베풀고 남들 심부름도 도맡아 해줄 정도로 정말 착하게만 살던 분”이라며 “남에게 욕 한번 안 얻어먹을 정도로 정말로 착했다”고 말했다.

또 “시장에 계시는 할머니들이 콩나물을 잘 못 다듬으면 언니가 옆에 가서 대신 다듬어줄 정도로 참으로 부지런했던 분”이라며 “누군가 소주 한 병 사달라고 5000원짜리를 주면 잔돈을 그대로 가져왔다. ‘언니야, 아이스크림 사 먹지 왜 가져 왔어’ 하면 우리 손에 꼭 쥐여주던 그런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그냥 묻혀서 될 일이 아니다”고 했다.

피해자를 5년 정도 알고 지낸 B씨(34)는 “정말 착한 사람”이라며 “만원을 주고 심부름을 부탁하면 심부름 값으로 천원짜리 한 장 안 받던 누나였다. 진짜다. 진짜 착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던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로 신오교 인근에 자주 놀러 왔던 C씨(70)도 “항상 주변 담배꽁초나 폐지 같은 쓰레기를 치워주길래 고마운 마음에 가끔 만원이나 2만원을 건넸지만 안 받더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시 현장 목격자면서도 노숙자였던 D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D씨가 피해자가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지만, 자신도 무지막지한 폭행에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숨죽여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C씨는 “D씨가 알코올 질환을 앓긴 했지만, 사건이 난 이후 갑자기 거제시에서 D씨를 정신병원으로 옮겼다”며 “이런 일을 예상하고 미리 조치한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거제시 주민생활과 관계자는 “지원으로 마련된 집이 있었지만, 그 공간(선착장 주변)에서 지내면서 주변인들이 술을 마시고 나면 자신이 치우고 오가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스스로 청소할 만큼 선량했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거제 시민들이 주도해 마련한 피해자의 추모식은 오는 7일 오후 6시쯤 거제 고현동 미남크루즈 선착장 인근 신오교 아래에서 열린다.

(부산ㆍ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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