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가 6일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두 달 넘게 수사했지만, 유출된 시험지나 정답지, 유출 장면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A 씨가 시험지와 정답지를 빼돌렸다는 정황 증거 18개를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경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 중 하나는 A 씨의 수상한 야근이다.
A 씨는 올해 1학기 중간고사 사흘 전인 4월 21일과 기말고사 닷새 전인 6월 22일에 각각 야근을 하며 시험지와 정답지가 보관된 금고를 열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이날 외에는 시간외근무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A 씨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직접 금고를 열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결재되지 않은 시험지를 넣기 위해 금고를 열었고 당시 동료 교사가 함께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유력한 유출 정황 중 하나는 쌍둥이 동생의 수상한 오답이다. 쌍둥이 동생이 정정되기 전의 정답을 적어낸 것. 쌍둥이 동생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화학시험 서술형 문제에 ‘10:11’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출제 및 편집 과정에서 잘못 결재된 정답이었다. 이 문제의 정답은 시험 이후 ‘15:11’로 정정됐다. 정정 전 오답을 적은 사람은 전교생 중 쌍둥이 동생이 유일했다.
경찰은 또 쌍둥이 자매의 휴대전화에서 영어·과학·수학(미적분)시험 문제 정답이 적힌 메모를 발견했고, A 씨 자택에서 영어시험 문제 정답이 적힌 쪽지를 확보했다. 누군가로부터 정답을 미리 건네받은 정황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4차례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A 씨는 이날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심사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문제를 유출한 적 없고, 자택과 딸들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메모는 공부하면서 남겨둔 단순 메모이며, 경찰이 정황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의 범죄 혐의가 상당부분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A 씨가 구속 수감을 계기로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혐의를 시인하거나 자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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